당장 내달 말 5900억 원 유상증자 '빨간 불'
[더팩트|이지선 기자] 케이뱅크가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에 위기를 맞았다. 당장 내달 말로 예정한 유상증자에 KT가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자본을 확충할 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KT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KT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케이뱅크에 대한 한도초과보유주주승인 심사를 받고 있었지만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재판 결과가 나올때까지 심사 절차가 중단된다.
이에 케이뱅크가 계획했던 유상증자 방안에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 1월 케이뱅크는 5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한 바 있다. 올해 발효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정보통신주력기업은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늘릴 수 있어 KT가 대주주적격성심사를 통과하면 실권주를 인수해 자본금을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간 독점규제나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으로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한마디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확정된다면 향후 5년간 기존 한도인 4%(의결권 없는 지분 10%)를 초과한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의 판단이 내려진 후에야 KT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당장 예정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려면 KT가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주주들도 함께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현재 케이뱅크의 주주 구성은 우리은행(13.79%), NH투자증권(10%), IMM프라이빗에쿼티 등으로 각 사의 경영 상황에 따라 59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증자 까지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4774억 원이다. 은행 영업을 위해서는 약 1조 원 정도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인데, 이에 현저히 못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1세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현재 1조 3000억 원의 자본금을 조달한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자본부족은 영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1일 케이뱅크는 대표적 대출상품인 직장인K마이너스 통장과 직장인K신용대출을 개편을 명목으로 중단했다. 케이뱅크는 이번 상품 중단은 개편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앞서 반복하던 대출 중단 및 재개 수순과 비슷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케이뱅크는 당장 자본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KT가 빠진 유상증자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의결권 없는 전환주를 발행해 일정 규모의 증자를 시행하는 방안이다. 우리은행이나 NH투자증권,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등에 전환주를 발행하고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가 발표되면 다시 KT가 주도해 대규모 증자를 시행하는 방법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전환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4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새로운 주주를 영입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현재 신규 주주사를 영입하기 위해 다양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는 별개로 증자는 증자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장 자본확충이 된다면 성장성이나 미래성은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여러 신규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케이뱅크가 '숨 쉴 구멍'을 찾기 위해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구체적 기준을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기까지는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는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2016년 시행령이 바뀌면서 갑자기 대주주 요건이 강화된 셈"이라며 "당장 KT가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한다면 케이뱅크는 새 주주를 모색해야 하는데 새 인터넷은행도 추진되는 상황에서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실 인터넷은행은 힘있는 대주주가 적극적으로 이끌어서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 등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혁신성 있는 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러 고리들이 풀려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