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규모 1조1000억 원…유가 회복세에 향후 해양플랜트 일감도 풍부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지난해 영업손실 4090억 원을 기록한 삼성중공업이 국내 조선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며 반전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유가 회복세에 따라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상대적으로 일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뒤엎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아시아 선사와 9억7000만 달러(1조1000억 원) 규모의 FPSO 1기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공시했다. 이번 FPSO의 수주액은 지난해 삼성중공업 매출액의 5분의 1에 달한다. 2022년 3월까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를 마친 뒤 해상유전으로 출항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계약을 통해 단숨에 올해 수주목표액 중 30%를 넘어섰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LNG운반선 7척, FPSO 1기 등을 수주해 23억 달러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수주목표는 78억 달러이다.
이를 두고 조선업계는 삼성중공업의 이번 해양플랜트 수주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등 향후 발생할 조선업계의 지각변동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3사는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량 증가의 영향으로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수주 1위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국내 조선사가 LNG 운반선 건조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와 대우조선해양의 합병법인이 출범한다면 상대적으로 같은 국내 조선사인 삼성중공업의 일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해양플랜트 수주를 먼저 따냈기 때문에 반전 카드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해양플랜트는 지난해 국내 조선사 수주가 현대중공업 단 1건에 그칠 정도로 시황이 크게 부진했던 사업이다. 대양이나 심해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해양플랜트는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가가 상승할수록 해양플랜트 발주도 늘어나기 때문에 지난해 10월 이후 유가가 하락했을 때 해양플랜트 발주처들이 프로젝트를 연기했고 이는 해양플랜트 시황 부진으로 이어졌다.
또한 삼성중공업의 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도 가시적이다. 유가 회복세에 따라 그간 연기된 프로젝트들의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올해 1월 배럴당 53달러 선까지 급락했지만 4월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 일반적으로 유가에 영향을 크게 받는 해양플랜트의 유가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60달러 안팎이다.
지난해 연기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는 7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아람코의 마르잔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해 베트남 블록B 플랫폼 프로젝트, 캐나다 키스파 프로젝트 등 5개에 달한다. 특히 아람코의 유전개발 프로젝트에는 삼성중공업을 포함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모두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중공업이 해당 발주를 따낼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나 올해 마수걸이 수주를 기록한 만큼 상승 기류를 탈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향후 유가 추이를 지켜봐야하겠지만 삼성중공업의 이번 해양플랜트 수주는 그간 적자를 기록했던 회사에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며 "올해 해양플랜트 일감도 풍부한 만큼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액 달성은 현재로써는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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