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절차만 끝내면 언제든 판매량 회복할 것"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8대'
지난달 폭스바겐이 시장에 판매한 차량 대수다. 한 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럭셔리 브랜드인 롤스로이스(12대)와 벤틀리(21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디젤게이트' 직전 수입차 '빅4'에 이름을 올렸던 폭스바겐이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판매 차종 대부분이 인증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한때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과 함께 수입차 '빅4'에 랭크됐던 폭스바겐이 언제쯤 정상 궤도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올해 3월까지 474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3%p 상승했지만 시장이 기대보다 회복세가 더딘 모습이다. 올해 월별 판매량을 보면 1월 404대, 2월 62대, 3월 8대로 판매량도 급감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인 지난해 5월 시장 복귀작 신형 '티구안'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당시 폭스바겐은 5월 한 달간 티구안의 인기에 힘입어 2194대를 판매했다. 폭스바겐은 단숨에 수입차 시장 빅3에 진입하면서 건재함을 보였다.
이후 출시 차종들이 인증 절차를 밟고 있으며 현재 판매 차량이 전무한 상황이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기존에 판매하던 차종과 신차 등이 인증 절차에 들어가 현재 전시장에서 판매하는 차가 없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증 심사가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은 이달에도 판매 중인 차량이 없어 바닥을 친 판매량을 끌어 올리긴 어려워 보인다.
차량 인증은 국토교통부의 '안전인증'과 환경부의 '환경인증'으로 나누어진다. 보통 안전인증은 1~3개월, 환경인증은 6개월 이상 소요된다.
특히 환경검사 기준은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이후 더욱 세분화되고 까다로워졌다. 기존에 연구소에 하던 실험이 지금은 실제 도로에서 진행하고 있다. 인증 절차가 꼼꼼해지면서 검사 기간이 늘어났다. 인증 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신차 출고를 앞둔 수입차 업체들은 답답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인증 절차만 풀리면 언제든지 치고 올라올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인증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이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폭스바겐은 허가를 받으면 월 수천대의 판매량을 올릴 수 있는 인기 모델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연비가 뛰어나고 가격도 합리적인 SUV 모델 티구안을 보유하고 있다. 티구안은 지난해 7502대가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링 8위에 올랐다. 하반기에는 물량이 없어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중형 세단인 '파사트'도 폭스바겐 판매량을 견인하는 모델이다. 파사트는 지난해 판매 예정 물량인 4400대가 사전 계약 열흘 만에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지난 2월 출시한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 '아테온'은 2018년형 재고량 60여 대만 판매됐다. 2019년형 아테온은 현재 안전기준 인증을 받고 있다.
인증 이후 폭스바겐의 공격적인 프로모션 기조가 이어진다면 판매량 회복에 힘을 더할 수 있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해 파사트와 티구안에 1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했고, 아테온에는 16% 넘게 할인 판매했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