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향방에 쏠리는 관심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아시아나)이 그룹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새 주인'이 누가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0일 채권단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퇴진과 총수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4.8%, 13만3900주)에 대한 담보 설정,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등을 골자로 한 자구 계획안을 제시하고 5000억 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 측이 제시한 자구 계획안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거부하자 '마지막 카드'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조건을 추가로 제시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에 이어 국내 항공업계 2위 국적 항공사는 설립 31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벌써부터 재계 안팎에서는 아시아나 인수전에 뛰어들 후보군을 점치는 다양한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SK그룹이 꼽힌다. SK그룹이 금호아시아나 주력 계열사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는 금융권 일각에서 SK그룹이 금호타이어의 채권단인 산업은행 측에 7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산업은행 측이 "(SK그룹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금호타이어 인수를 제안받은 바 없다"고 해명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7월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제기됐다. 일부 언론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 것. 특히, 같은해 4월 SK그룹 측이 최남규 전 제주항공 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 "아시아나 인수를 고려한 영입"이라는 해석까지 더해졌다.(2018년 7월 17일자 <[TF초점] SK "사실무근" 금호 "금시초문"···아시아나 매각설 '일단락'> 기사 내용 참조)
10개월여 만에 인수설이 다시 제기되자 SK그룹 측은 이번에도 "그룹 차원에서 검토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재계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한 재계 관계자는 "'M&A의 귀재'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질 것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데다가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과반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의 올해 경영실적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떠안고 있는 부채까지 짊어지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그룹 외에도 항공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그룹들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먼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애경그룹과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를 검토한 바 있는 신세계그룹, 항공기 엔진 부품 등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화그룹, 물류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CJ와 롯데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과 관련해 하나같이 "그룹 차원에서 논의한 바 없다"며 인수설을 일축하고 있어 인수전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또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내다보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대금 규모는 최소 6000억 원에서 선이지만, 항공사가 떠안고 있는 수조 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며 "인수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매년 2조 원이 넘는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은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