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맛도 이름도 제각각…제품명에 담긴 '정체성'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맥주는 다양한 맛 만큼이나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상품의 성격에 맞는 '맞춤형 네이밍'은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제품명이 머릿속에 각인 되어야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찾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편의점·마트 등 주류코너에 가면 진열된 수많은 맥주들 앞에서 적어도 10초 이상은 머물다 간다. 적게는 십여 가지부터 많게는 수십 개의 맥주 앞에서 선택의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선택 장애'에 빠진 소비자들로부터 자신의 회사의 맥주를 구입하게 할 수 있는 전략 중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제품의 '이름'이다. 제품명은 각 제품의 정체성을 나타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3대 주류 회사는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가 꼽힌다. 그렇다면 세 회사의 신제품의 제품명은 어떻게 지어진 것이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소비자 사전조사로 탄생한 오비맥주 발포주 '필굿'
오비맥주가 '필굿(FiLGOOD)'으로 국내 발포주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 2월 오비맥주는 신제품 발포주 '필굿'을 시장에 선보였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필굿'은 시원하고 상쾌한 아로마 홉과 감미로운 크리스탈 몰트를 사용해 맛의 깊이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맥주와 혼동하지 않도록 제품 패키지 전면에 발포주를 영어(Happoshu)로 표기한 것도 눈에 띈다. 제품명과 패키지 디자인에는 작은 물건 하나에서도 자신만의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 층의 소확행 트렌드를 반영했다.
'필굿'이라는 제품명은 수차례의 사전 소비자 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수 차례의 사전 소비자 조사를 통해 발포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유 연상 이미지를 제품의 콘셉트에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필굿은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오비맥주의 필굿은 선두주자인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출시 당시 오비맥주의 필굿은 필라이트와 기본적인 콘셉트나 발음이 비슷해 표절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제품명과 디자인에는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를 반영했다"며 "유니콘이나 사람 그림 등 5가지 이상의 복수 후보를 두고 여러 차례 소비자 설문 조사를 거쳐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제품 이미지 최대 반영한 하이트진로 '테라'
하이트진로가 새롭게 선보인 신맥주 '테라(TERRA)'는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이미지와 청정, 자연주의를 온전히 반영해 결정했다. 테라는 라틴어로 흙‧대지‧지구를 뜻하는데 그만큼 자연에 가까운 맥주라는 의미를 담아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가 '테라'에 사용하는 맥아는 세계 공기 질 1위 호주에서도 청정하다고 유명한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재배한 맥아다. '매우 좋음'에서 '좋음'을 유지할 정도의 좋은 대기 질, 청정수질, 최적의 강수량과 일조량을 가진 곳으로 알려졌다. 탄산도 발효공정에서 나오는 '자연 탄산'을 담았다. 기존 맥주의 경우, 발효공정에서 일정량의 탄산을 유지하지 못해 맥주 제조 후 탄산을 인위적으로 주입한다. 하이트진로는 공정과정에서 탄산을 유지하기 위한 기계를 추가 설치해 탄산이 자연스럽게 남을 수 있도록 했다.
하이트진로의 '청정'콘셉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 하이트 출시 당시, '100% 천연수로 만든 순수한 맥주'라는 콘셉트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3년 만에 맥주시장 정상을 탈환한 바 있다.
미세먼지로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청정 대기 질인 곳에서 만들어진 맥아 100% 맥주라는 컨셉은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치 소비·환경친화적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청정' 콘셉트가 더욱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 작명 위해 사내공모전까지 진행한 롯데주류 '피츠'
롯데주류의 '피츠 수퍼클리어(Fitz superclear)'는 2017년 6월 출시됐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피츠라는 제품명에는 '한국인 입맛에 딱 맞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어떤 음식과도 꼭 어울린다는 제품의 속성을 표현했다.
특히, 롯데주류는 피츠 이름을 정하기 위해 사내 공모전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제품명 후보군으로는 '트루거', '한강', '크러쉬' 등이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롯데주류는 결국 사내공모전에서 나오지 않은 '피츠'가 낙점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츠는 한동안 상품명 표절 논란에 곤혹을 겪기도 했다.
'피츠(Fitz) 수퍼클리어'는 일본롯데의 껌 제품인 '핏스(Fit’s)'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일본롯데 껌 핏스는 국내에 2009년 6월에 롯데제과를 통해 'ID껌'이라는 이름으로 출시 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롯데주류의 피츠와 일본롯데 껌의 핏스는 똑같은 이름은 아니지만 발음이 비슷해 표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Fit'은 일반동사로 '꼭 맞다', '적합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제품명에 사용되고 있다"며 표절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