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이례적 비율로 경쟁 심화…논란되자 이벤트 종료
[더팩트|이진하 기자] 면세업계가 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한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면세업계는 최대 매출을 견인하는 중국 보따리상 일명 '따이공'을 유치하기 위해 갈수록 과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중국 여행업체에 지불하는 수수료에 이제는 이례적인 비율의 '선불카드'까지 등장했다.
면세업계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경쟁적으로 '선불카드'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동안 시내 면세점에서 선불카드 이벤트는 종종 진행해왔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이전까지 없었던 높은 두자릿수 비율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11일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면세업계는 비밀이 없기 때문에 업계 상위를 차지하는 업체가 할인 경쟁을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경쟁이 계속된다면 중국 따이공만 이득을 챙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0일 국내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세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를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선불카드는 구매액의 10%대 비율이라 이례적인 경우라고 했다.
10%대 선불카드를 등장시킨 것은 롯데면세점이다. 지난달 20일부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수입화장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구매 금액의 10%를 선불카드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기존에 2~5%대 수준이었던 선불카드 혜택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23일 롯데면세점에 선불카드에 대응하기 위해 비슷한 비율로 선불카드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러자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수입화장품 구매만 적용됐던 선불카드를 패션 제품까지 확대했다.
이어 1일부턴 소공점에서 1000달러 이상 구매할 경우 월드타워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5만 원 상당의 선불카드도 추가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러자 경쟁사인 신라면세점도 선불카드 마케팅에 나섰다.
여기에 면세업계가 일반적으로 중국 여행업체에 손님을 보내주는 대가로 구매액의 20% 안팎에 해당하는 송객 수수료를 주고 있어 모두 포함하면 구매액의 30%가 중국인들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롯데면세점이 이처럼 과도한 경쟁의 시작을 알린 배경은 국내 시장 점유율 40%가 처음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는 지난해 연말 취임 자리에서 잃어버린 시장점유율 회복을 지시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업계 전반적으로 선불카드는 내놓아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된 것으로 9일 모든 이벤트를 종료했다"며 "이번 프로모션은 대표 차원에서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과도한 경쟁에 5월에 있을 면세점 추가 출점까지 고려하면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며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경쟁이 계속되는 것은 결국 중국에 국부가 유출된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