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좋다…성과 가시화는 '글쎄'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가 11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1월 취임한 두 대표는 KB증권 통합법인 출범 이후 '각자 대표 2기'로서 업계 2위 증권사 도약을 위해 바쁜 1분기를 보냈다.
박정림·김성현 대표는 지난 1월 2일 윤경은·전병조 대표 후임으로 KB증권의 새로운 '투톱시대'를 열었다. 자산관리(WM) 부문을 총괄하는 박 대표와 투자금융(IB) 부문을 맡은 김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까지 2년이다.
출범 3년 차를 맞은 KB증권을 위해 두 대표는 취임 당시 그동안 축적된 역량을 중심으로 성장의 속도를 높이고 더욱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통해 시장지배력과 수익성을 확대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올해 중점 추진 방안으로 ▲핵심 사업의 시장 지배력 강화 ▲신규 사업의 전략적 육성 ▲경영관리 효율화 및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당기순이익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의 측면에서 '업계 2위'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올해 초 증시가 반등하고 거래대금이 유입되면서 1분기 증권업계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초대형 IB 중 하나인 KB증권 역시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KB증권은 지난 1분기에도 채권발행시장(DCM)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지난 6년간 DCM 왕좌를 꿰찬 KB증권이 올해 7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이미 1분기에만 7조 원 이상의 주관 실적을 달성하며 선두 질주하고 있다.
IB 부문에서만 30년 이상 몸담아온 김 대표는 "DCM, 부동산, 구조화 등 경쟁력을 갖춘 Biz의 수익성 확대와 함께, 경쟁력을 강화 해나가고 있는 ECM, 인수금융 등 기업관련 IB영업의 성과 확대를 통해 업계 최고의 IB House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주식자본시장(ECM) 전체 주관 순위에서는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KB증권은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노랑풍선 등 2건의 상장을 주관하며 402억5000만 원의 공모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6위에서 8위로 밀려났다.
WM 부문의 경우는 어떨까. KB증권은 앞서 새 먹거리인 외부위탁운용(OCIO) 부문 강화를 예고했다. KB증권은 이미 국내에 OCIO 제도 도입 전부터 다수의 연기금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한 경험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금 전담운용사의 자격을 얻지 못했다.
반면 발행어음시장 신규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어 벌써부터 단기금융업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단기금융업 인가에 재도전한 KB증권은 '3호 사업자'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달 중 인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박 대표는 발행어음 사업에 대해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KB증권은 필요한 인력·인프라 등 모든 준비를 마쳤으며 인가 즉시 사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올해는 반드시 인가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3호 사업자의 탄생으로 발행어음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흐름을 지켜보는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태가 길어지면서 KB증권에 대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 속도 역시 늦춰지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변이 없는 한 (KB증권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것으로 본다"면서 "인가가 결정되면 WM·IB 부문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두 대표의 역량 발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 대표와 김 대표는 취임 후 100일 동안 새 먹거리 창출은 물론 기존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KB증권의 실적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보였다.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오는 2분기부터는 임기 내 주어진 과제 수행을 위해 힘을 합쳐 구체적인 성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두 번째 각자 대표 체제를 이어가면서 이전보다 확실히 안정화된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는 내부 평가를 들었다"면서 "박정림 대표와 김성현 대표가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혁신경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