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영업이익 3년 연속 내리막‧위메프는 적자탈출 실패
[더팩트 | 신지훈 기자] 이베이코리아와 위메프가 이커머스 업체들 중 가장 먼저 지난해 성적표를 내놨다. 이베이코리아는 매출 1조 원 달성에 실패했다.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했으나 3년 연속 줄어들며 빨간불이 켜졌다. 위메프는 적자 줄이기에 성공했다. 사업 노선까지 바꾸며 손실 규모 줄이기에 나선 위메프지만, 완벽히 성공했다고 보기엔 이른 감이 있다. 손실 개선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마켓,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9812억 원으로 전년 9519억 원 대비 3.1% 늘었다.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매출 1조 원을 무난히 넘길 것이라던 업계의 관측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매출 성장세도 둔화됐다. 3.1%를 기록한 매출 증가율은 2011년 G마켓과 옥션 합병 이후 최저치다. 경쟁업체와 비교해보면 성장정체가 더욱 두드러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업체들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15.9%였다. 이베이코리아를 비롯해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등 온라인판매중개업체들의 매출 증가율은 14.7%, 이마트, 신세계, 홈플러스, 롯데닷컴, 위메프, 티몬 등 온라인판매업체들의 매출 증가율은 19.2%였다.
영업이익도 흑자는 유지했지만 3년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8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2015년 801억 원으로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2016년 670억 원, 2017년 623억 원, 지난해 486억 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396억 원으로 전년보다 6.9% 줄었다.
이베이코리아는 광고선전비를 2017년 1821억 원에서 지난해 1705억 원으로 줄였다. 판매촉진비도 2017년 277억 원에서 187억 원으로 90억 원 줄이는 등 마케팅 비용을 아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9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성장률이 둔화한 부분이 있다"며 "경기도 동탄 물류센터 건립에 따른 대규모 투자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개발자 채용도 많이 하며 임금도 늘었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매출이 늘어난 점은 내부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베이코리아는 올해 영국 이베이 본사(eBay KTA Ltd.)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영국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2017년과 2018년 모회사인 영국‧미국 이베이에 배당금 및 대여금 3500억 원을 지불하며 ‘국부유출’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앞서 2017년 영국 이베이에 배당금 1391억 원, 2018년에는 배당금 1613억 원을 지급한 바 있다. 또 미국 이베이에 500억 원 규모의 대여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한국 소비자에게 벌어들인 돈을 본사에 보내는 ‘국부유출’ 기업이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올해는 영국 이베이에 배당금 지급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메프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 417억 원보다 6.4% 감소한 390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손실 폭을 30% 이상 줄이며 흑자전환을 위해 노력해온 위메프는 지난해 소폭의 손실 개선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기순손실도 4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 줄였다. 위메프는 지난해에도 적자를 이어가며 흑자전환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그나마 영업손실을 줄이며 3년 연속 손실을 개선해 나갔다. 직매입 판매를 줄이는 것으로 사업방향을 틀만큼 흑자전환을 꾀하고 있는 위메프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셈.
위메프 관계자는 9일 "‘낭비없는 성장’을 통해 턴어라운드(흑자전환)를 하자는 게 회사의 목표"라며 "개선 폭이 줄긴 했으나 3년 연속 손익을 개선한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메프의 지난해 거래액은 5조4000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 4조2000억 원 대비 28.6% 늘었다. 2013년 거래액 7000억 원과 비교하면 8배 가까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공격적인 특가 마케팅으로 거래액을 늘린 것으로 평가 받는다.
다만 매출액은 주춤했다. 해마다 늘어나던 매출액은 4294억 원으로 전년 4730억 원보다 소폭 줄었다.
위메프 측은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직매입을 전략적으로 줄이며 매출이 줄었다"며 "직접 상품을 사들여 판매하는 직매입은 매출은 늘지만 물류관리 등의 비용이 많이 든다. 직매입 사업을 줄이는 대신 수수료 마진을 남기는 위탁판매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 물류관리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직매입 구조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쿠팡과 티몬과는 다른 행보. 실제로 위메프는 지난해 신선식품 직매입서비스인 ‘신선생’ 사업을 중단하는 등 직매입을 줄이고 매매 중개 비중을 높이고 있다. 위매프의 직매입 매출 비중은 2017년 53.7%에서 29.3%로 줄었다.
위메프 관계자는 "신선식품 사업은 비용도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크다고 판단해 중단한 것"이라며 "직매입 사업을 줄이며 절감한 비용을 가격 경쟁력에 재투자 할 계획이다. 또 직매입 사업을 줄여 단기간 수익성 개선 효과도 볼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거래액을 늘리는 데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티몬은 오는 12일, 쿠팡은 오는 15일쯤 지난해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0% 늘어난 5000억 원 가량으로 전망된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조5000억 원으로 보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전년 보다 크게 증가한 매출 규모지만 적자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티몬과 쿠팡은 위메프와 달리 직매입 사업 강화를 위해 물류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
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가 과도한 경쟁을 이어가는 한 흑자전환은 먼 얘기"라며 "적자 해소를 하지 못한다면 외부에서 자금을 계속 수혈해 나가야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넘어지는 업체가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