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수위 높여...생산·소비·투자·수출 줄하락
[더팩트 | 신지훈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경기부진’이란 진단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정체’에서 ‘둔화’로 판정한지 5개월 만에 경기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 단계 끌어올렸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KDI는 7일 발간한 ‘KDI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생산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그나마 내수 경기를 받치던 소비가 둔화될 조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위축 상태인 투자가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KDI가 ‘경기부진’이라는 진단을 내린 것은 메르스 사태로 내수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2015년 3월 이후 4년만이다.
KDI는 국내 경기에 대해 지난해 8월까지는 ‘개선’ 추세로 판단했지만, 11월부터는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경기하강)’는 표현으로 경기 하강을 예고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둔화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경기부진의 근거로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 ▲설비투자 감소세 심화 ▲수출 감소세 지속 ▲광공업 생산 감소폭 확대 ▲서비스업 생산 증가폭 축소 등을 들었다.
특히 KDI는 내수를 떠받치던 서비스생산도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금액 기준으로 3월 수출은 반도체, 석유류 등을 중심으로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했고 2월 수출물량도 감소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또 투자와 관련해서는 "설비투자의 감소세가 심화되는 가운데 건설수주의 감소가 이어져 건설투자의 부진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금액은 8.2% 감소하며 전월(-11.4%)에 이어 하락세를 보였다. 품목별로 보면 선박은 5.4% 증가했으나 반도체(-16.6%), 석유화학(-10.7%) 등 대부분 품목이 부진했다. 2월 수출물량지수도 –3.3%를 기록했다.
통계청도 지난달 29일 2월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2월보다 26.9% 줄었다고 발표했다. 기계류 및 운송장비 투자 모두 부진했다.
KDI는 생산 측면에서도 광공업생산의 부진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광공업생산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서 증가 폭이 축소되며 전월(-0.2%)보다 낮은 –2.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김현욱 부장은 "이번 지표는 수치가 감소한 부분이 많아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하기에는 부정적인 지표가 많은 상황"이라며 "둔화가 누적되며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