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명 중 1명은 인터넷뱅크 이용…아직 적자는 지속
[더팩트|이지선 기자] 인터넷뱅크 1호 케이뱅크가 출범 2년을 맞았다. 케이뱅크는 같은해 7월 출범한 2호 인터넷뱅크 카카오뱅크와 함께 국내 시중은행에 '디지털 열풍'을 일으키면서 판을 뒤흔든 이른바 '메기'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간 시중은행과 '같은 파이'를 나눠먹는데에 그쳤다는 지적과 함께 지난해 성장성이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차츰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물음표도 남아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4월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모바일 앱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간편함'에 힘입어 출범 5개월만에 고객 수 50만 명을 넘어섰다. 그해 7월 말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3개월만에 고객 300만 명을 끌어모으며 더 큰 열풍을 일으켰다.
4일 각사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98만 명, 카카오뱅크는 891만 명의 고객 수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이 인터넷뱅크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뱅크가 출범 초반부터 엄청난 고객을 끌어모으자 시중은행들은 부랴부랴 모바일 앱과 비대면 전략을 강화하고 나섰다. 그간 각각 업무에 맞게 여러개로 나뉘어있던 앱을 하나로 통합하는가 하면 고객 개인의 특성을 맞추기 위한 빅데이터 활용에도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중금리 대출도 인터넷뱅크의 강점으로 꼽힌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비교적 낮은데다 심사 과정도 간편해 이용객이 늘었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중금리 대출상품인 6~10% 신용대출 상품 공급액은 총 6000억 원에 달하고, 제2금융권 대출을 대환한 규모는 800억 원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정책 중금리대출인 사잇돌대출의 공급액이 1220억 원을 돌파했다.
한편으로 인터넷뱅크의 성장에는 '수수료 무료' 정책도 영향을 줬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모든 ATM기기에서 입출금이나 이체할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고, 케이뱅크는 모든 은행 자동화기기와 케이뱅크 브랜드 기기에 대해 입출금 및 이체 수수료 면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익성에서 한계는 여전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출범 2년차인 현재 아직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케이뱅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뱅크는 당기순손실 797억 원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수수료비용이 164억7600만 원으로 막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2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대폭 줄어들긴 했지만 역시 수수료비용이 1105억 원으로 막대했다.
또한 아직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영업전략도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독특한 예적금 상품 등을 출시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하면서 고객을 모으기는 했지만 이 또한 기존에 있는 상품을 변형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당국이 인터넷뱅크를 처음 도입할 때 기대했던 '혁신금융'은 신용도를 책정하기 어려운 소상공인이나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지원이 주된 목표였다. 현재 인터넷뱅크의 '혁신' 방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결국 시중은행과 영업 방식이나 상품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기존 은행 고객을 '나눠먹는' 상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올해 제3인터넷뱅크 도입이 추진되고, 관련한 규제도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혁신'에 걸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터넷뱅크 이용 고객층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중·저신용자를 위한 신용평가모델을 조만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더해 올해 케이뱅크 대주주인 KT와 카카오뱅크 대주주 카카오가 비금융주력자로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앞두고 있어 이 또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약 은산분리 완화 특례법에 따라 두 대기업이 각 은행에서 투자 비중을 34%까지 늘릴 수 있게 되면 그간 문제가 되던 '자본 부족'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대출 상품'을 기획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인터넷뱅크는 도입 모델이었던 중국의 알리페이 등과 같은 파격적인 자금지원 등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여러 규제가 완화될 전망인 만큼 이를 토대로 기존 인터넷뱅크와 새로 인가받을 인터넷뱅크 모두 '인뱅'만의 사업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