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끈 'PL계약' 무엇?

법원이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이 애경과 SK의 관계 및 관련 계약 내용 등에 비춰 책임의 범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히며 두 회사가 맺었던 PL계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시스

법원 안 전 대표 영장기각...계약 내용 등 검토 "다툼여지"

[더팩트 | 신지훈 기자]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구속 위기를 벗어나며 애경과 SK케미칼이 ‘가습기 메이트’ 사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SK케미칼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PL계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법원이 애경과 SK의 계약 내용 등을 검토하고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업무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청구된 안 전 대표와 진모 전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본 건 제품 출시와 관련한 피의자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그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의 범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관련 업체에 대한 수사를 포함한 현재까지의 전체적인 수사 진행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 내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판단의 근거로 "피의자 회사(애경산업)와 원료물질 공급업체(SK케미칼)와의 관계 및 관련 계약 내용 등을 검토한 뒤 이 같은 결과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2001년 5월 가습기 살균제 물품 공급계약을 맺은데 이어 이듬해 10월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과 관련한 추가 계약을 체결한다.

가습기 메이트 라벨에는 ‘애경’이 붙어있지만 정작 애경산업은 판매만을 맡았고 원료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생산과 제품 제조 모두 SK케미칼이 맡았다.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두 회사의 PL계약을 살펴보면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의 원액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과 신체 등에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2002년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맺은 PL계약서를 보면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의 원액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과 신체 등에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애경산업 제공

애경산업 관계자는 29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SK케미칼과 체결한 ‘PL계약서’에는 갑(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3의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를 준 사고가 발생하면 갑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또 갑의 책임과 비용으로 을(애경산업)을 방어해야한다고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SK케미칼은 2002년 7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서 PL계약을 맺은 것이며, 계약 내용은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법에서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업자는 ‘제조물에 성명·상호·상표 기타 식별 가능한 기호 등을 사용해 제조업자로 오인시킬 수 있는 표시를 한 자’도 포함되기 때문에 애경에도 책임을 지울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가 PB상품으로 판매했던 가습기 살균제 역시 가습기 메이트와 똑같은 제품으로 이마트가 애경산업에서 제품을 받아 라벨만 바꿔 판매한 것"이라며 "만약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SK, 애경, 이마트 등에게 형사상 책임이 확인될 경우 뒤따르는 민사소송에서 PL계약에 따라 SK케미칼은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는 주체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이 애경과 SK가 맺은 PL계약을 면밀히 들여다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원이 판매사였던 애경산업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서 피해 발생 시 앞으로 판매처인 유통업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사례로 남게 되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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