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박삼구 회장 '퇴진' 강수…아시아나, 경영 정상화 이뤄낼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더팩트 DB

"아시아나항공 감사 문제 책임"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서 손 떼는 박삼구 회장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회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개선 가능성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8일 박삼구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퇴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삼구 회장은 그룹 회장직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

박삼구 회장의 퇴진 선언은 그룹 주력사인 금호산업의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다. 29일 금호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박삼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었다. /더팩트 DB

◆ 박삼구 회장 자진 퇴진 결정 '왜?'

박삼구 회장의 퇴진은 아시아나항공 2018년 감사보고서 관련 금융시장 혼란 초래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은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에서 (퇴진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재무제표 감사의견으로 '한정'을 받은 이후 회사채를 상장폐지시킬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대상에 오르는 등 유동성 우려가 제기됐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1조2000억 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다. 신용등급이 내려갈 경우 ABS 미상환 잔액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는 것이다. 이는 자칫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한숨은 돌린 상황이었다. 재감사 결과 '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상장채권 폐지 사유가 해소됐고, 매매도 즉시 재개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룹 전체 연간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회계 충격 여파에 따라 그룹사를 둘러싼 신뢰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었다.

당초 29일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었다. 무난하게 연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총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부실 회계 사태와 관련해 박삼구 회장의 책임론이 거론될 개연성이 컸던 상황이었다.

회계 처리를 둘러싼 신뢰도 문제, 그리고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등 쌓일 대로 쌓인 우려가 결국 '퇴진'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삼구 회장은 27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KDB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했다.

두 사람의 만남과 관련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박삼구 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기 전 이동걸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을 설명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삼구 회장이 퇴진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신뢰 회복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 위기의 아시아나항공, 다시 일어날까

박삼구 회장이 퇴진하면서 그가 강조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개선이 이뤄질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물론 박삼구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더라도 시장의 불신은 여전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퇴진 여부와 관계없이 금호아시아나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살릴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주총에서 이러한 내용이 나오는지 많은 이들이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 퇴진 소식이 전해지자 보도자료를 내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긴밀히 협의해 다각적인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조속한 시일 내 양해각서(MOU) 재체결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마련해 제출해달라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요청했다"며 "또 아시아나항공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우선 대주주와 회사의 시장 신뢰 회복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할 경영 정상화 이행 계획과 실사 결과 등을 토대로 다음 달 초 재무구조개선 MOU 재체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MOU 재체결을 하는 조건으로 강도 높은 개선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삼구 회장의 빈자리를 메꿀 후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분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가동한다. 후임은 외부에서 영입할 계획이다.

박삼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명망 있는 분을 그룹 회장으로 영업할 예정"이라며 "비상경영 체제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회장과 경영진을 도와 사회에 기여하며 업계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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