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반대 35.9%
[더팩트ㅣ대한항공=이성락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년 만에 대한항공 등기임원직을 내려놓는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등 안건을 논의했다.
이날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안건은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었다. 앞서 갑질 파문 등 총수 일가가 재판에 넘겨지면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조양호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연임 안건에 대한 찬성은 64.1%, 반대는 35.9%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항공 주식 지분은 조양호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율이 11.56%, 외국인 주주 20.50%, 기관 및 개인 소액주주 55.09% 등이다.
상황은 주총 전부터 조양호 회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전날 2대 주주인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조양호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다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실제로 조양호 회장이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일찍이 조양호 회장의 연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조양호 회장 측은 회사 안팎에서 의결권을 모으는 등 주총을 앞두고 총력전을 벌였다. 하지만 표심을 다시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대한항공은 주총에 앞서 사전 투표를 실시한 결과 주총장에 자리를 잡은 주주의 선택과 관계없이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주총장을 찾은 일부 주주의 항의도 터져 나왔다. 한 주주는 "중요한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려고 했는데, 의사도 묻지 않고 '부결' 결정을 내리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은 "현장에 오신 분들의 표도 확인했다. 참석 주주가 찬성하더라도 결과가 뒤집히지 않아 굳이 투표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조양호 회장은 27년 만에 등기임원직을 내려놓게 됐다.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후 약 18년 만인 지난 1992년 사장에 오르며 등기임원이 됐다. 그는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오르며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조양호 회장이 물러나게 되면서 모 회사인 한진칼과 조양호 회장의 영향력이 약해질 전망이다. 기관투자자 등 여타 금융주주들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날 주총 결과 관련해 "조양호 회장은 금일 주총 결과 사내이사 재선임이 부결됐지만, 이는 사내이사직 상실이며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