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해동 회장, 대답 회피 "회사에 물어봐라"…토니모리 " 관련 부서 공석이라 답변 드릴 수 없어"
[더팩트|서초동=이진하 기자] "오너가 배당 잔치 논란에 대한 여론 인식 때문에 최대주주를 제외한 것인가요? 배당 관련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년 연속 적자 늪에 빠진 토니모리가 오너가(家) 배당 잔치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 12일 배당 관련 내용을 정정했다. 새롭게 수정된 내용은 전 주주 대상이던 주식 배당금을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제외)를 제외하고 차등 배당한다는 것이다.
25일 <더팩트> 취재진은 배해동 회장에게 직접 토니모리 배당정책이 바뀐 이유를 듣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를 찾았다. 배 회장은 오후 7시쯤 캐주얼 차림으로 본사 건물에서 나왔다. 이날 토니모리 본사에서는 '리더스 컨퍼런스' 행사가 열렸다. 배 회장은 행사에 참석한 내방객들과 함께 이동하는 중이었다.
취재진은 배당 문제, 가맹점주들과 불화 등 회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질문을 준비했지만 배해동 회장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배 회장은 "관련 내용은 회사에 직접 물어보라. 손님들과 있으니 먼저 가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 오너가 배당 잔치 논란에 여론 인식한 '꼼수 철회' 의혹
로드샵 신화로 불리던 토니모리가 2년 연속 실적 부진에 빠진 가운데 지난 2월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주식 배당 폭을 확대했다는 내용을 알렸다. 문제는 회사 주식 대부분을 토니모리 오너 배해동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17억 원 상당의 배당 금액 중 11억 원을 오너가가 가져가게 돼 논란이 됐다.
그러자 지난 12일 '현금·현물배당결정' 내용을 정정했다. 달라진 조항은 배당 범위에 대한 축소다. 앞서 지난달 14일 공시는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100원으로 책정했다. 또 전주주를 대상으로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정 공시에는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제외)는 배당금 없다는 내용의 차등배당을 결의했다.
결국 총 배당금 17억 원 중 배해동 회장이 가진 32.12%의 지분 금액 6억 원을 제외하면, 12억4878만 원만 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특수관계인 오너가(家) 배우자 정 모씨 17.01%, 장녀 배진형 이사와 아들 배 모씨가 각각 8.50%씩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의 약 6억6647만 원이 오너가에 배당될 전망이다.
업계는 지난해 5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와중에 높은 배당금 책정과 오너 일가의 배당 잔치란 논란이 계속되자 이를 의식한 행동으로 해석했다. 여기에 대해 정확한 의견을 듣고자 배해동 회장을 찾아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배 회장은 답변을 회피했다.
배해동 회장이 알린 내용을 토니모리 관계자에게 문의했다. 이에 대해 토니모리 측은 "답변해줄 수 있는 관련 부서가 공석이라 답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되풀이했다.
◆ 배 회장 장녀 배진형 씨, 29세 과장급…사내이사 재선임
토니모리는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해동 대표 장녀 배진형 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배 이사는 2015년 9월 입사 후 1년이 채 되지 않는 지난 2016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사원급으로 사내이사가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배해동 회장은 <더팩트> 취재진에게 "26세 딸(배진형 씨) 등기이사 선임은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을 위한 것"이라며 "등기에만 올랐을 뿐 여전히 사원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 회장이 말한 것과 다르게 4년 동안 승진을 거듭했고, 올해 사내이사 재선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배진형 이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리에서 팀장(과장)으로 진급했다. 배 이사는 입사 4년 만에 해외사업부 팀장직을 맡아 부서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더불어 배 이사가 회사 경영에 합류한 뒤 토니모리 이사회에서 오너가 부녀가 주요 의사 결정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배 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통과되면 앞으로도 부녀의 영향력 아래 회사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배 이사가 사내이사에 합류한 이듬해 홍현기 경영지원본부장(전무)가 사임하면서부터다. 3인 체제의 사내이사가 홍 전무의 사임으로 2인 체제로 반년 이상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해 초 김재영 부사장이 새로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돼 다시 사내이사는 3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사외이사는 4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오너가를 단 한 번도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 이사가 사내이사가 된 이후 70차례에 걸쳐 이사회가 열렸지만 반대 의견을 개진한 적이 없다.
29일 주주총회에서 배 이사가 재선임된다면 앞으로 부녀 경영은 계속될 전망이다. 부녀 경영에 대한 질문도 토니모리 측에 요구했으나,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 8개 계열사 모두 적자에 가맹점주와 갈등…경영능력 도마 위
잘나가던 토니모리는 주식 상장 1년 만인 2017년 1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51억 원의 적자로 그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시장에서 급격한 영업위축을 맞았다. 더불어 DMX와 중국 내 독점 판매 및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한 지 약 1년 반 만에 계약을 해지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토니모리는 지난해 국내 및 중국 소재 토니모리 8개 종속기업이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실규모는 총 179억6200만 원에 달했다. 중국법인 4곳은 지난해 당기순손실로 토니모리(칭다오)유한공사 57억1000만 원, 심양토리화장품유한공사 21억7000만 원, 메가코스화장품유한공사 17억8300만 원, 메가코스화장품(상해)유한공사 7400만 원을 각각 기록했다.
국내법인 4곳도 지난해 적자경영을 면치 못했다. ㈜메가코스바이오가 2억5600만 원의 적자를 내 것을 비롯해 ㈜메가코스가 69억7600만 원, ㈜그루밍랩 1억5700만 원, ㈜에이투젠 8억3600만 원 등 손실을 기록했다.
토니모리 측은 "지난 2016년 시작한 중국 로드숍 사업을 지난해 철수했다"며 "남은 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적자가 확대된 것이고, 대신 온라인 및 유통 채널을 통해 진출할 단독샵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가맹점주와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낮은 마진율 정책 탓에 점주 인건비조차 벌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만난 토니모리 가맹점사업자협의회 회장은 "실적 악화는 토니모리가 운영하는 자회사 메가코스가 적자의 주 요인으로 보인다"며 "가맹점이 벌어 적자를 메우는 상황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한 본사 주도 아래 매달 진행하는 할인 행사의 할인 금액은 가맹점과 본사가 동등하게 분배할 것을 요구했다. 증정품 비용을 본사에서 가맹점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맹점주 요구가 계속되자 토니모리 관계자는 "가맹점주와 상생을 위해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짧은 답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