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호석화 주총에 업계 주목…금호석화 "선물은 안건과 관련 없는 호의의 표현"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지난해 11월 배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를 두고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특정 주주들에게 선물을 보내며 현행법 위반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어 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영향을 끼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5일 유가증권시장과 금호석유화학 등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1000주 이상 보유한 주주들에게 주총 위임장을 선물과 함께 발송했다. 위임장은 주주들이 주총장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이사회를 통해 상정된 안건에 동의하는 형태였으며 선물은 8000원 상당의 바디로션과 바디클렌저 등이었다. 위임장을 작성하지 않더라도 선물은 지급됐다.
동시에 금호석유화학이 모든 주주가 아닌 1000주 이상의 특정 주주에게만 선물을 지급했고, 주총 직전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 등에 따라 주주들의 권리 행사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는 위법 행위라는 논란도 불거졌다. 상법 467조2(이익공여의금지)에 따르면 '회사는 주주의 권리행사와 관련해 특정 주주에게 무상으로 재산상 이익을 공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 위법의 소지가 있다.
선물을 받은 한 금호석유화학 주주는 "당황스러웠다. (금호석유화학 주식을)7년 보유했는데 위임장과 함께 선물이 온적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차라리 위임장에 배당을 높인다거나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부양하는 등 진심으로 주주들을 위한 내용들이 있었다면 두손들고 환영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번 논란이 명확한 위법으로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판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대법원에서 관련법이 적용된 판결이 한 차례 있었으나 이는 주식회사가 주주들을 금품으로 회유한 형태에 해당한다. 의결권이 적용된 위임장을 써주면 추후에 1회 양도가 가능한 골프장 예약권과 20만 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주겠다는 경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유사한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주주들이 기업에 유리한 의결권을 행사했을 때 선물이 지급된다는 가정이 붙어있기 때문에 위임장 작성 여부와 무관하게 선물을 지급한 금호석유화학의 경우와는 다르다"며 "다만 모든 주주가 아닌 특정 주주에게 선물을 보냈다는 것은 의도가 완전히 없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논란에 대해 의도 없는 호의의 표현이었다는 입장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그간 어려운 일이 있었음에도 지난해 실적이 반등하는 등 오랜 기간 동안 금호석유화학을 아껴주신 주주들에게 적게나마 감사의 표현을 전달한 것"이라며 "시기가 적절치 않았다는 것에 대해 일부 동감하지만 1만 원도 되지 않은 호의의 표현이 위법 논란으로 불거지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다.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관련이 없다"고 못박았다.
◆ 29일 금호석화 주총, 박찬구 회장 재선임 안건은 통과할 수 있을까
금호석유화학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여전히 이번 논란을 29일 예정된 금호석유화학 주총에서 박찬구 회장의 재선임 안건 통과 가능성과 관련지어 바라보고 있다. 시기가 적절치 않았다는 여론이 거센 까닭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주총에서 이사 재선임 안건 등에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하고 있으며, 집행유예 기간을 보내고 있는 박 회장이 주주들로부터 재선임에 동의를 구할 수 있을 지도 물음표이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3분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6.69%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 지분은 박 회장 조카인 박철완 상무가 10%, 아들 박준경 상무 7.17%, 딸 박주형 상무 0.82% 등 24.7%다. 이 외 국민연금은 8.45%를 보유하고 있으며 블랙록의 보유 지분도 6.20%에 달한다. 삼성자산운용(1.02%), 미래에셋자산운용(0.60%), 신영자산운용(0.44%) 등은 펀드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6.17%는 모든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이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박찬구 회장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은 이번 기업들의 주총 기간에서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사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를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재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130억 원대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국민연금이 실제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내역은 공개되진 않았으나 한진그룹,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겠다고 밝힌 기업만 11개에 달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던진 블랙록의 반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오는 29일 결정될 박찬구 회장의 이사 재선임 여부는 주총장을 찾거나 위임장을 제출한 소액주주들에게 달려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금호석유화학이 보통주 배당을 기존 주당 1000원에서 350원 오른 주당 1350원의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힌 것도 소액주주의 표심을 크게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이 주주에 대한 배당금 규모를 매년 확대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일부 주주들로부터 '짠물 배당'이라는 오명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선물 논란과 더불어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이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주주들은 만약 박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경영 공백 우려도 생각해봐야 한다. 금호석유화학은 박 회장 체제 하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떨어져 독립경영을 펼친지 3년 만에 채권단 자율협약을 졸업했고, 지난해 회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성과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2kun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