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한진 주총 '초읽기' 재계 "행동주의 펀드, 도 넘었다"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운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으로 경영 활동이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더팩트 DB

막 오른 주총시즌 명분 앞세운 행동주의 펀드 '먹튀' 우려

[더팩트 | 이성락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한진그룹 등 대기업 주주총회 시즌이 막이 오르면서 재계 안팎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운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것.

21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2일로 예정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회사 순익의 3.5배를 넘어서는 7조700억 원 규모의 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을 두고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는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 따라 KCGI가 제안한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 한도 제한 등이 쟁점으로 다뤄지게 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현대홈쇼핑, 한솔홀딩스 등도 이달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와 배당 확대, 사외이사 선임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들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가 기업의 단기적인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기업들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행동주의 펀드와 같은 외부 세력의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의 경제 애널리스트이자 칼럼리스트인 라나 포루하는 최근 '메이커스 앤 테이커스'라는 책을 통해 "사모펀드 등의 경우 미래를 위한 투자에 신경 쓰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경영방식을 택하도록 압박을 가한다"며 행동주의 사모펀드 등 금융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최근 언론을 통해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주식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만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 등 장기적 성장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연구 결과도 이 같은 우려에 설득력을 더한다. 실제로 올해 초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개입 후 1년이 지난 시점 전년 대비 고용은 18.1%, 투자 2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83.6%, 41.0%씩 줄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국가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의 장기적 성장 동력이 중요한 상황이다"며 "전문성이 결여된 행동주의 펀드들의 무리한 요구는 앞만 보고 나아가기도 바쁜 한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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