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분석 마친 1번 타자 '팰리세이드' 2번 타자 '쏘나타' '연타석 홈런'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에 이어 최근 사전계약에 나선 중형 세단 '신형 쏘나타' 등 신차들의 연이은 흥행 소식을 전하며 상반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19일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내외관 디자인과 가격을 공개한 신형 쏘나타는 지난 11일 전국 영업점에서 시작한 사전계약에서 접수 5일 만인 15일까지 모두 1만203대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7세대 모델의 한 달 평균 판매 대수(5487대)와 비교해 두 배가량 많은 수치다.
신형 쏘나타가 세운 기록은 현대차로서도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중형 세단의 입지는 전 세계적으로 'SUV 선호현상'이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국산 중형 세단의 산업 수요는 지난 2014년 20만6753대에서 지난해 16만5905대로 5년 동안 무려 20%가까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형 SUV에 대한 수요는 12만5190대에서 20만8587대로 67%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국민차'라는 타이틀과 함께 현대차의 만년 베스트셀링 모델 자리를 지켜왔던 '쏘나타' 역시 세단 부분에서도 '그랜저'와 '아반떼'에 못 미치는 판매량으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때문에 신형 쏘나타의 초반 흥행 소식은 상반기 내수 실적 반등이 절실한 현대차에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지난 2015년 '베라크루즈' 단종 이후 3년 만에 시장에 내놓은 대형 SUV '팰리세이드' 역시 출시 3개월 만에 회사 측이 예상한 연간 수요를 뛰어넘는 판매량으로 흥행 잭팟을 터뜨렸다. 현대차에 따르면 팰리세이드는 전날(18일) 기준으로 누적 계약 대수가 5만5000대를 넘어섰다. 이는 현대차가 제시한 연간 판매 목표 2만5000대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말 그대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팰리세이드'의 경우 트림 별로 계약 후 최소 3개월 이상, 길게는 10개월 이상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면서 현대차에서도 물량 확보에 진땀을 빼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신차 개발 초기 때부터 시행한 '소비자 분석'이 이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형 쏘나타'의 경우 과거 중형 세단의 소비 연령층이 30~40대에 집중된 던 것과 달리 최근 20대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 현대차에서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하이테크 기술을 접목하는 데 개발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쏘나타'에는 차량공유가 필요한 상황에서 차량 소유주가 아닌 가족이나 지인 등 다른 사람들도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현대 디지털 키', 스마트폰 디지털키로 문을 열면 해당 스마트폰 사용자가 설정한 차량 설정으로 자동으로 변경되는 '개인화 프로필', 차량 전·후방 영상을 녹화하는 주행 영상 기록 장치인 '빌트인 캡', 음성인식 대화형비서 서비스, 차세대 파워트레인 '스마트스트림'과 3세대 플랫폼 등 '현대차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첨단 신기술을 대거 적용한 것 역시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전략의 일환이다.
실제로 '신형 쏘나타'의 사전 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개인 고객 비중은 48.9%로 5년 전 같은 기간 접수된 7세대 쏘나타의 38% 대비 10.9%P 늘었다. 특히, 개인 고객 가운데 20대 소비자들이 차지한 비중은 전체의 14%로 기존 모델(5.3%)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팰리세이드'는 출시 전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으로 화제를 모았다. 현대차는 전장 4980mm, 전폭 1975mm, 전고 1750mm, 휠베이스 2900mm로 경쟁 모델인 기아차의 '모하비'(전장 4930mm, 전폭과 전고 1915mm, 1810mm, 휠베이스 2895mm)와 비교해 차체 높이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더 큰 차체 크기를 갖춘 '팰리세이드'의 몸값(4138만~4805만 원)까지로 책정, 을 트림에 따라 자사 중형 SUV '싼타페'보다 싸게 책정했다.
대형 SUV 특유의 공간 활용성과 플래그십 모델에 걸맞은 편의사양 및 주행성능 '3박자'를 맞추면서도 소지바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 역시 지난해 12월 '팰리세이드' 신차 발표회 당시 "신차 기획과 설계, 평가 단계에서부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반영해 공간으로써의 자동차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팰리세이드'의 계약 고객을 살펴보면, 30대에서는 32.8%가 수입 대형 SUV를, 21.6%가 팰리세이드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40대부터는 팰리세이드 36.5%, 수입 대형 SUV 37.6%로 격차가 1.1%P로 크게 줄었고, 50대 이상부터는 팰리세이드가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며 "이는 3000~4000만 원대 가격, 동급 수입 모델에서 볼 수 없는 첨단 편의·안전 사양 등 좁합적 가치 등에서 40대 이상 고객층의 수입 대형 SUV 예비 고객을 흡수한 결과다"고 설명했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