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 경영권 위기 돌파하려 '안간힘'…실질적 협상 카드는 '애매'
[더팩트|이지선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신 회장은 FI를 달래기 위해 호소하고 나섰지만, FI는 단호하게 법적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 FI들은 지난 17일 신창재 회장에게 18일까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소송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중재 신청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내일 중으로 FI들이 중재 소송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FI들은 풋옵션 가격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산정하고 신 회장에게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들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교보생명 실적을 기준으로 가격을 제시했다. 당시 교보생명의 당기순이익은 6111억 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27%가량 증가했었다.
신 회장 측은 이와 같은 가격이 터무니없다고 보고 주당 20만 원대로 풋옵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사들이 실적이 악화하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시기만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은 지난 17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FI들의 중재 신청 예고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주주간협약이 일방적이고 복잡해 모순되고 주체를 혼동하는 등 억울한 점도 있지만 교보를 지키기 위해 IPO 성공을 위한 고육책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새 협상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진의를 모르고 체결한 계약서 한 장으로 교보의 역사와 전통, 이해관계자와 사회적 가치가 훼손된다면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주당 40만9000원을 제시할 때부터 중재 소송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라며 "중재 신청을 하게 되면 그에 맞게 열심히 준비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 측은 IPO 약속 미이행과 관련해서도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로서 당면한 자본확충 이슈가 큰 위기라는 인식이 있어 불가피한 상황대응이었다"며 "대주주인 FI도 충분히 알고 있었던 만큼 중재신청 재고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FI들이 중재신청을 하더라도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다. 신 회장은 "중재신청은 언제든 철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별도의 협상의 문도 열려 있기 때문에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재신청을 하더라도 한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측의 윈윈을 위해서는 법적 대응이 이어지더라도 협상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FI의 입장이 강경한 만큼 뚜렷한 대안 없이는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신창재 회장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라며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친화 정책으로 '달래기'에 나섰지만 FI들이 꼼짝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 회장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