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사드 보복 피해 심각…롯데그룹 둘러싼 철수·매각설 지속 제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롯데그룹을 둘러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후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따른 손실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백화점 철수설 및 식음료 공장 매각설이 제기된다. 현재 분위기를 놓고 기운이 빠진 롯데그룹이 한국과 중국 간 '해빙' 움직임을 기대하기보다 '중국 털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백화점·마트 사업을 정리한 데 이어 식품제조 사업도 철수한다. 지난 2017년 시작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사업 상황이 지속 악화되고, 나아가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롯데그룹 측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합병·매각·폐업 등 다양한 사업 정리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중국 사업을 시작한 롯데는 이후 유통·화학·관광 등 20여 개 계열사를 중국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대부분 사업에서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2017년에만 1조2000억 원(추산치)의 매출 피해를 보자 견디다 못해 112개 마트 모두 매각·폐점,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롯데홈쇼핑은 5곳에서 사업을 이어왔으나, 모두 매각하고 충칭 지역 1곳만 남겨 놓고 있다.
이번에 '영업 중단설'이 제기된 사업 영역은 백화점이다. 베이징상보 등 보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중국 톈진에 남은 마지막 지점인 톈진문화센터점의 영업을 이달 말 중단한다. 롯데백화점 톈진동마루점도 지난해 12월 문을 닫아 이제 중국에는 산둥성 웨이하이와 쓰촨성 청두, 랴오닝성 선양 등 3개 매장만 남게 됐다. 롯데는 남은 지점을 포함해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공장 매각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롯데제과는 초코파이와 껌을 생산하는 베이징 공장과 초콜릿 공장, 칭다오 공장을 가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허난성 음료수 공장, 베이징 주류 공장, 칭바이 생수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매각 대상으로 떠오른 공장은 롯데제과 베이징 공장과 초콜릿 공장, 롯데칠성음료 음료수 생산 공장과 주류 공장 등이다.
지속적으로 '정리 및 매각설'이 제기되고, 또 이러한 이야기가 현실화되는 건 그만큼 중국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 한국에 대한 단체관광상품 재개 조건으로 롯데 시설 이용 금지를 유지하고 있다. 사드 보복 이후 중국 내수 물량을 감당하던 공장의 가동률은 굉장히 떨어진 상태다. 업계는 사드 보복으로 인한 롯데의 유무형 피해 규모가 수 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가 누적되면서 한국과 중국간 '해빙' 분위기를 기대하기보다 스스로 '중국 털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지속적인 점검, 반 롯데 시위, 불매 운동 등은 한 기업이 감당하기에 어려운 수준"이라며 "국가적 해결을 기대하기엔 누적되는 피해가 너무 커 롯데는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분간 롯데의 중국 철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올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중국 털기'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도 깊다. 일단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매각 등을 진행하면서 '몸값 하락'에 따른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대규모 복합단지 프로젝트 공사 중단으로 인한 걱정이 남아 있다. 롯데는 사드 보복 사태로 인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선양 프로젝트'와 '청두 프로젝트'의 차질로 꼽고 있다.
롯데그룹은 중국의 선양과 청두에 각각 3조 원, 1조 원을 투자했다. 주거단지·쇼핑몰·호텔·테마파크 등 유통과 레저가 복합된 대형 복잡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선양 프로젝트'의 경우 실제로 2조 원가량 투입됐지만, 롯데백화점을 건설하는 1단계 프로젝트만 완료하고 호텔과 테마파크를 짓는 2단계는 2016년 11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청두 프로젝트'는 우여곡절 끝에 공사 재개 허가를 받아 쇼핑몰 등을 짓는 2단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의 중국 내 대규모 복합단지 프로젝트가 제대로 끝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 매각설'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롯데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던 만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롯데는 중국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며 사업 재건에 대한 여지를 남겨 놓은 상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