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신지훈·이성락·서민지·이진하·이한림·지예은·정소양·이지선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현대차 vs 카드사 갈등 '치열'
[더팩트ㅣ정리=이지선 기자] 봄 기운과 함께 찾아온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 지난주, 유통업계에서는 미세먼지로 생각지 못한 '특수'를 누렸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 S10' 시리즈는 '품귀현상'을 빚었습니다. 또 카드업계와 자동차업계에서는 '수수료'를 두고 힘겨루기가 거세졌고, 조선업계의 '빅딜'을 두고는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이 있었죠. 특히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서는 여러 뒷이야기도 나왔다고 합니다. 먼저 KDB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 대우조선해양 매각, 투명하게 진행됐나요?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가 최종 심의를 거쳐 확정됐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8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현대중공업그룹에 대우조선 지분을 넘기는 안건을 가결했습니다. 이로써 산은은 현대중공업지주 및 현대중공업과 본계약 체결을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와 정치권,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거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네, 글로벌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품게 되면서 매머드급 조선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인수 반대의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어 이를 풀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습니다.
-어떤 과제가 남아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시죠.
-먼저 혈세 13조 원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헐값에 넘긴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1년에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 2조9000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이후 2015년 4조2000억 원, 2017년 5조8000억 원 등 지금까지 13조 원가량이 들어갔습니다.
-대우조선해양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됐네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의 자본 확충을 위해 우선 1조 5000억 원을 출자하고 필요하면 추가적으로 1조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대우조선을 품으면서 최대 2조 5000억 원만 투입하는 셈입니다. 지난 2008년 한화컨소시엄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제시했던 금액이 6조3000억 원인데, 이와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에 불과합니다.
-또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매각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지난 1월 31일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은 4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헐값 매각'이라는 비난을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투입했던 자금과 시장의 평가와 비교하면 그런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도 이해할만 하네요. 산은의 입장은 어떤가요?
-하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헐값 매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 회장은 "13조 원은 중복으로 계산된 것도 많고 중간에 회수된 돈도 있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규모"라면서 "확인 해야할 필요가 있어서 당장 투입 규모는 발표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날 정치권에서도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민중당은 논평에서 재벌 후계자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더 수월하게 자리 잡게 됐다며 정부가 국민혈세로 재벌 3세 승계를 도운 꼴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민중당은 정부가 나서 본계약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헐값 매각·재벌 특혜라는 비난의 화살이 산은으로 집중되고 있네요. 산은은 공적자금 투입 규모를 명확하게 밝혀야 하겠습니다.
◆ 현대차 發 대형가맹점 vs 카드사 갈등 본격화…"현대카드 독점 체제?"
-카드업계와 대형가맹점의 갈등이 지난주 극에 치달았습니다. 현대차는 7일 비씨카드와의 가맹계약 해지도 공표하면서 사실상 현대카드를 제외하고는 모든 신용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죠.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까요?
-현대차는 지난 4일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5개 카드사에 대해 '가맹 계약 해지' 통보를 내렸습니다. 카드사들은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라 수수료 수익이 급감하게 되자 대형가맹점에 대해서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현대차는 마케팅비용을 가맹점이 부담해야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이죠.
현대차는 7일 비씨카드사와도 가맹 계약 해지를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카드나 NH농협카드, IBK기업은행카드 등과도 계약이 해지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비씨카드 결제망을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남은 곳은 현대카드 뿐인가요?
-맞습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카드업계가 함께 수수료 인상을 발표한 만큼 현대카드도 현대차와 수수료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뚜렷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독 현대카드가 협상이 늦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계열사이기 때문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업계에서도 아무래도 현대카드가 현대차와 특수관계인 점이 협상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른 카드사처럼 가맹계약을 단호하게 끊을 수도 없고, 현대카드만 수수료율 인상 요구를 받아줄 수도 없기 때문이죠.
-갈등 양상이 극에 치닫자 현대차는 8일 수수료 인상 조정안을 내놓으면서 주말 동안 다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수수료 인상을 거부하는 입장을 보인 대형가맹점이 현대차뿐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통신사나 대형마트, 항공사들도 수수료 인상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전에도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갈등 사례가 있었는데요, 그때의 양상은 어땠나요?
-과거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에선 번번이 카드사가 물러났습니다. 지난 2004년 이마트는 비씨카드의 수수료 인상 통보에 반발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결국 비씨카드가 두손을 들었습니다. 같은 해 롯데마트도 비슷한 사건으로 삼성카드와 갈등을 빚었지만 그때도 카드사가 물러났죠.
-사실상 대형 가맹점들이 반발하면서 계약해지를 무기로 수수료를 못 올리겠다고 하면 카드사는 수가 없습니다. 각 대형 가맹점이 카드 계약을 해지하면 애꿎은 소비자만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다만 이번에 카드사들이 모두 함께 수수료 인상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면 승산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개별 카드사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례적으로 여신금융협회가 전면으로 나서서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 인상요구를 받아들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그 일환입니다.
-카드사들과 대형가맹점의 갈등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아야 할텐데요. 현대차가 협상 조정안을 내놓고, 유예기간동안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번 갈등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갤럭시S10' 품절은 인기 때문? "원래 물량 없었다" 반응도
-IT 업계 소식을 들어보도록 하죠. 스마트폰 이야기인데요. 삼성전자가 지난 8일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10'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네. 삼성전자는 이날 한국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인도, 중국, 영국·프랑스 등 유럽 전역, 싱가포르·베트남 등 동남아 전역 총 70여 개국에 '갤럭시S10'을 출시했는데요. '갤럭시S10'은 '갤럭시'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삼성전자의 야심작인 만큼 출시되기 전부터 고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죠.
-출시 첫날 분위기는 어땠나요.
-서울 종로·중구 일대 유통점을 방문한 결과 '갤럭시S10'에 대한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곧바로 구매하겠다고 나서도 1~2주 뒤에나 제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품귀' 현상이 심했는데요. 특히 이 지역 대리점 5곳 중에서 '갤럭시S10플러스' 128기가바이트(GB)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대리점이 1곳도 없었습니다. '갤럭시S10플러스' 128GB는 기본 '갤럭시S10' 128GB과 함께 사전 예약 때부터 인기 모델로 꼽혔었죠.
-그렇군요. '갤럭시S10'이 전작 '갤럭시S9' 판매량을 뛰어넘을까요.
-초반 분위기는 좋습니다. 국내만 놓고 보면 '갤럭시S10'의 첫날 개통량은 전작의 1.2배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자급제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으로 알려졌죠. 사전 예약 당시 분위기만 이어간다면 '갤럭시S10'이 전작보다는 흥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흥행을 예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특히 품귀 현상을 놓고 많이 판매된 탓도 있지만, 처음부터 물건 자체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왔는데요. 실제 유통점에서도 "애당초 초기 물량이 적었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한 SK텔레콤 대리점 직원은 "현재 구매하기 힘들다는 '갤럭시S10플러스' 128GB는 인기가 많아서 품귀라기보다 물량 공급이 빠르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죠.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 반응은 어떤가요.
-흥행에는 자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량 자체가 부족했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는데요. '갤럭시S10' 품귀 현상에는 '인기'와 '공급 부족' 모두 작용했다며 "물량 공급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재난급 미세먼지, 특수 누리는 유통업계
-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연일 발령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더스트 포비아(Dust Phobia, 먼지 공포증)'가 확산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업계는 때아닌 특수를 노리고 있는데요. 고가의 마스크부터 가전제품까지 다양한 상품이 연일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 차단용으로 흔히 사용되는 마스크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되고, 패션 아이템처럼 톱배우를 모델로 발탁하는 사례도 생겼습니다.
- 배우 신민아 씨가 마스크 광고를 하는 모습을 봤는데요. 모양은 일반 마스크와 비슷하지만, 색상이 다양해 한 번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마스크는 비싸지 않나요?
- 네. 신민아 씨가 광고한 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 전문 회사가 생산한 제품입니다. 'KF94' 인증을 받은 '000'란 상품의 가격은 개당 약 850원으로 비싸지 않은 편입니다. 이보다 비싼 프리미엄 마스크는 적게는 1~2만 원대에서 높게는 7~8만 원 상당의 금액을 자랑합니다. 다만 프리미엄 제품은 일회용 마스크와 다르게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있어 소비자들에게 인기입니다.
- 이밖에 생활필수품이나 가전제품은 어떤 것들이 잘 팔렸나요?
- 네. 이베이 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에 따르면 미세먼지 창문 필터, 산소발생기, 손소독기, 공기정화식물, 구강청결제 등이 30%에서 최대 300%까지 판매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 정말 미세먼지 특수라고 할 정도로 매출 상승이 가파르네요. 봄철 발생하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서 당분간 유통업계 '미세먼지 특수'는 이어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