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개혁 과제' 통해 에너지 소재 사업 투자 공언 최정우 회장 혜안 통할까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철강사 포스코가 이번 주주총회(주총)를 통해 그룹 내 신성장동력을 담당하고 있는 비철강계열사 포스코켐텍의 포스코ESM과 합병에 이어 사명도 변경한다. 올해 글로벌 철강 경기 불황에 대응해야 하는 포스코가 비철강계열사의 외형 변화를 통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오는 18일 열릴 정기 주총에서 전기자동차·스마트폰·노트북 배터리의 소재 중 하나인 음극제를 제조하는 계열사 포스코켐텍의 사명 변경을 골자로 한 정관변경을 안건으로 올린다. 더불어 기존 코스닥 상장사인 포스코켐텍을 코스피로 이전하는 것도 추진한다. 주총을 통해 두 안건이 의결되면 사명을 변경하고 이후 코스피 상장 심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사명 변경과 상장 이전 등은 포스코의 신성장동력인 에너지 소재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특히 케미칼로 사명을 바꾼 것을 계기로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사업 역량과 기업문화를 갖추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이번 포스코켐텍의 외형 변화를 준 것에 대해 비철강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철강경기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전면에 드러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에프엔가이드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최대 30% 하락하며 크게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포스코만 유일하다시피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오르며 견조한 실적을 유지한다는 전망이다. 다만 포스코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철강산업 외형 확대 등에 따라 글로벌 철강 수요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여전하기 때문에 올해에도 견조한 실적을 올릴지는 미지수다.
또한 이번 포스코켐텍의 변화는 일찌감치 2차전지 등 에너지 소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해 외형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의중도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취임 100일 째를 맞이한 지난해 11월 '포스코 100대 개혁 과제'를 통해 2차전지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음극제와 양극제 시장을 글로벌 시장점유율 20%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며, 2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ESM을 음극재를 제조하는 포스코켐텍과 합병해 소재 시장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 2차전지 시장에서 국내 경쟁업체인 삼성SDI와 손잡고 칠레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은 상황이다.
다만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철강사인 포스코가 소재 사업에 대해서는 후발주자이며 제도권에 올라와 있는 경쟁 업체와 제휴가 포스코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기 때문이다. 또 이번 포스코켐텍의 사명 변경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로 둥지를 옮기는 것도 현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업계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포스코켐텍을 통한 2차전지 등 에너지 소재 사업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주주들로써는 미래 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내재돼 있을 수 있다'며 "포스코가 신사업의 외형을 확대하고 사명을 변경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도 철강업황 부진이 예고되고 있어 신사업의 기술력과 규모를 빨리 키워야하는 것도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