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전쟁' 대웅제약 vs메디톡스, 미국서 재점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와 미국 앨러간이 제소한 부분에 대해 지난 1일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왼쪽은 메디톡스의 제3공장 전경과 메디톡신 제품 이미지며, 오른쪽은 대웅제약 건물 외관과 나보타 제품 이미지의 모습이다. /각사 제공

메디톡스·대웅제약의 끝 없는 보톡스 논란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전쟁'이 미국에서 재점화됐다. 메디톡스가 미국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 접수한 시민청원서(citizen petition)가 최종 거부된 이후 또 다시 미국에서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가 다국적 제약사 앨러간과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대웅제약 및 에볼루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ITC가 지난 1일(현지시간)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본 사건은 미국 관세법 'Section 337'에 따라 진행되는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가리는 소송으로, 대웅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는지를 따져보는 재판이다. 관세법 337조항(Section 337 of the Tariff Act of 1930)은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의 침해에 따른 불공정 무역관행을 규제하는 조항으로 해당 상품의 수입을 금지시키거나 불공정 행위를 정지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ITC의 조사를 통해 대웅제약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지적재산권을 탈취하여 개발되었음이 명백하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웅제약의 지적재산권 탈취 행위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대웅 역시 진실이 밝혀지기를 고대한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제소 접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근거없는 주장에 대해 상대방에게 무고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전했다. 나보타가 FDA 판매허가를 받고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하게 되자 메디톡스가 이를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게 대웅제약의 시각이다.

대웅제약은 또한 "국제무역위원회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미국에서 경쟁품이 출시될 때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전형적인 시장방어 전략의 일환"이라며 " 전혀 근거 없는 허구에 불과하며, 나보타의 미국 수출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와 미국 앨러간이 제소한 부분에 대해 지난 1일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ITC측의 조사착수 관련 보도자료 캡처

◆ 국내를 넘어 해외로 번진 '보톡스' 진흙탕 싸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싸움은 지난 2016년 10월, 메디톡스가 경쟁사인 휴젤과 대웅제약에 보톨리늄 톡신 입수 경위가 불명확하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균주 기원을 밝히라는 공개 토론을 요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대웅제약과 휴젤은 메디톡스부터 균주의 기원을 명확히 공개하라고 반격했고 한동안 떠들썩했던 보톨리늄 톡신 균주 기원 이슈는 2017년 2월 마무리 되는 듯싶었다. 국내 관할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사의 균주에 대한 약효와 안정성을 인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동시에 메디톡스가 수사기관에 의뢰한 것도 무혐의로 처리됐다.

끝난 듯 했던 보툴리늄 톡신 균주 논란은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대웅제약에 소송을 걸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2월 1일(현지시간)에 ITC 제소와 동일한 내용으로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진행한 시민청원 내용을 거부한 바 있다. FDA는 답변서를 통해 "메디톡스가 나보타 균주에 대해 제기한 주장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메디톡스가 인용한 대웅제약의 공식 진술에서 허위성을 의심할만한 부정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메디톡스의 미국 소송의 발단은 대웅제약의 FDA 나보타(보톨리늄 톡신) 품목허가 신청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도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퍼스트무버(First Mover)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에 대웅제약이 메디톡스보다 먼저 나보타를 미국에 출시하게 되면 메디톡스로서는 후발주자가 되고 사실상 시장 공략에 부담이 된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약 4조5000억 원 규모인 전 세계 보톡스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퍼스트무버'의 시장선점효과는 상당하다"며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정식적으로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대웅제약이 FDA의 판매 허가 승인에 따라 나보타가 예정대로 올해 봄에 미국에서 발매된다고 밝힘에 따라 큰 이변이 없다면 보톡스 전쟁도 이제 막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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