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해체설에 적막감 감도는 한진重 본사, "힘 빠지는 건 사실"

지난달 28일 산업은행 등 한진중공업 채권단에 의해 주식 감자가 결정되며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오너의 지분이 전량 소각됐다. 4일 오전 한진중공업 서울 본사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용산=이한림 기자

한진重 채권단, 출자전환·차등감자 확정…조남호 회장 경영권 상실

[더팩트 | 용산=이한림 기자] 자본잠식에 이어 오너의 경영권까지 박탈되며 그룹 해체설마저 돌고 있는 한진중공업 서울 본사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건물로 오고가는 직원들은 대부분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아꼈다. 최근 회사의 연이은 부정적 이슈탓인지 고개를 떨구고 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고, 현 상황을 전환점으로 보고 기대감을 드러내는 직원도 있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의해 주식 감자가 결정되며 그룹 대주주이자 센트럴타워 역할을 했던 한진중공업홀딩스(30.98%)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그룹 오너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지분(0.5%)이 전량 소각됐다. 채권단은 이번 감자 이후 6800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한진중공업의 부채비율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채권단이 계획한 출자전환이 이뤄진다면 한진중공업의 자본잠식 비율이 50% 이하로 내려가 상장폐지 요건에서는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한진중공업은 이달 예정된 주주총회를 통해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을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은 채권단에 의해 주식 감자가 결정돼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지분이 전량 소각됐다. /용산=이한림 기자

한진중공업 직원들은 이러한 상황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본사에는 적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진중공업 건물이 있는 남영사거리에서 삼각지역 방면으로 가는 한강대로는 주변에 녹지지역와 철길이 있어 발길이 많지 않은 곳이지만, 한진중공업 주식 감자 발표 후 그룹 해체설마저 돌았던 첫 평일 오전의 본사 사옥 모습은 유난히 한적했다.

건물 주변에서 만난 한 한진중공업 직원은 회사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고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드문드문 건물을 나오고 들어가는 직원들이 보였지만 구체적인 심정을 밝히는 직원들의 모습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점심 시간이 되자 건물 밖으로 나가는 직원들이 보였다. 같은 질문들을 던졌지만 주변 직원들을 의식한 듯 "별 생각 없다", "할 말이 없다", "바쁘다" 등 말을 아꼈다. 정오가 지나고 1시간 쯤 뒤 천천히 건물로 들어가는 한 직원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한진중공업의 한 직원은 새로운 주인이 와서 작금의 문제들을 하나둘씩 해소해주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용산=이한림 기자

한진중공업에 근무한지 올해로 10년 정도 됐다는 이 직원은 "직원 입장에서는 그런 일들 때문에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나중에 회사에 믿을만한 새로운 주인이 와서 작금의 문제들을 하나둘씩 해소해주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힘을 내면서 잘해보려고 하는 모습도 있고, 필리핀 악재가 있는 조선부문도 부산에서 건재하다. 만약 그룹이 해체된다고 해도 건설부문이나 에너지 등 다른 사업들이 각자 업계에서 역사와 경쟁력이 있으니 잘 해내갈 거라고 본다"며 "어찌됐든 현재 흘러가는 상황이 상장폐지로 이어지진 않는 것 아닌가. 채권단 결정이 옳기를 바란다"고 심정을 밝혔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올해 1월 자회사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필리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이 2017년 108%에서 올해 -140%까지 떨어졌다. 한진중공업 본사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보증채무 4억1000만 달러(약 4600억 원) 규모의 수빅조선소 부실 여파를 감당하지 못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다음달 1일을 기한으로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는 증거 등 자료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요구하며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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