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50년 위한 변화와 혁신' 강조…남성 캐주얼 브랜드 '마크엠' 사업 주력
[더팩트|이진하 기자] 패션그룹 신원이 지난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적자를 줄이기 위해 여념이 없다. 신원 설립자 박성철(78) 회장과 그의 차남 박정빈 부회장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기간 동안 회사 실적이 크게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박정빈 부회장은 지난해 4월 30일 실형 만기 6개월을 앞두고 가석방으로 수감생활을 마쳤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15년 회삿돈 횡령 혐의로 구속된 뒤 2016년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형을 확정 선고받았다.
박성철 회장도 80% 형기를 채우고 지난해 9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박 회장은 고령으로 3년 넘게 교도소 생활을 한 탓에 바로 경영에 복귀하진 못했다. 현재까지 건강관리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차남 박정빈 부회장은 가석방 후 "적자 회사 살리기 위해 무보수로 근무하겠다"며 경영 복귀 의지를 밝혔다.
박정빈 부회장은 석방된 지 두 달 만에 경영일선으로 복귀했다. 박 부회장은 복귀와 함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적자 브랜드는 철수하고 기존 브랜드는 재단장하며 변화를 꾀했다. 효율성 증대를 위해 생산기지도 이전했다. 신원은 다양한 변화와 노력으로 지난해 4분기 이익 증대를 실현해 손실 일부를 상쇄하기도 했다.
신원과 중국 기업이 손을 잡고 런칭한 남성 캐주얼 브랜드 '마크엠'. 지난해 상해에서 패션쇼 당시 모습이다. /신원 제공신원과 중국 기업이 손을 잡고 런칭한 남성 캐주얼 브랜드 '마크엠'. 지난해 상해에서 패션쇼 당시 모습이다. /신원 제공신원과 중국 기업이 손을 잡고 런칭한 남성 캐주얼 브랜드 '마크엠'. 지난해 상해에서 패션쇼 당시 모습이다. /신원 제공
◆ 적자 브랜드 철수·기존 브랜드 재단장 '변화'
신원은 지난해 내수 부문에서 적자 브랜드 2곳을 철수했다. 남성복 브랜드 '반하트 디 알바자'와 여성복 브랜드 '이사베이'가 그것이다. 다른 브랜드는 전략적 재단장을 단행했다. 재단장하는 브랜드로 남성복 '지이크'와 '파렌하이트'가 있다. 여성복은 '베스띠벨리' '씨' '비키' 등이 꼽힌다. 브랜드 혁신을 통해 젊은 소비층 유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최초 한중 합작 브랜드인 '마크엠'을 본격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2017년 4분기 출시된 남성복 브랜드 '마크엠'은 지난해 중국 현지 사업을 본격화해 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경우 중국과 국내 유통망 확장 나선다.
신원의 변화는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실로 볼 수 있는 영업이익 측면에서 성과를 낸 것이다. 신원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상승했다.
신원 관계자는 "적자 브랜드를 철수하는 등 구조조정 진행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내수부문 남성복 브랜드인 '지이크'와 '파렌하이트'는 전략적 리뉴얼을 단행하며 올해를 '퀀텀 점프'의 해로 잡았다. 특히 '파렌하이트'는 시티 스포츠 캐주얼 전개를 통해 2023년까지 1000억 원의 볼륨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고 전했다.
◆ OEM 사업, 효율화 위해 이전…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신원의 사업 부문은 패션사업(내수 부문)과 OEM 사업(수출 부문)으로 구성된다. 내수 매출은 주로 남성복 브랜드와 여성복 브랜드 중심의 패션사업에서 나온다. 반면, 수출 OEM 매출은 월마트, 갭(GAP), 타깃(Target), K마트(K-MART), 시어스(Sears), 페리 엘리스 등 글로벌 브랜드에 니트, 스웨터, 핸드백 등을 납품해 생긴다. 패션 부문과 OEM 부문의 매출 비중은 절반씩이다.
지난해 신원의 영업이익 14억 원 가운데 내수 부문 영업이익은 10억 원이었고, 나머지 4억 원은 수출 부문이었다. 2017년에 비해 내수는 흑자로 전환됐지만, 수출 부문은 약 30억 원이 줄어든 셈이다. 수출 이익 악화의 원인은 지난해 1~3분기 부진 탓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난해 4분기부터 이익이 점차 증대돼 손실이 일부 상쇄됐다.
내수 시장에서 패션 브랜드의 선택과 집중이 있었듯 외수 시장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원은 수출 사업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니트 사업'을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R&D) 팀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칭다오에 기지를 두고 있던 핸드백 생산법인(QINGDAO SHINWON EBENEZER CO., LTD)을 베트남 호찌민법인(SHINWON EBENEZER SAI GON CO., LTD)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원 관계자는 "중국의 현지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며 "여러 피혁을 담당했던 공장이 호찌민으로 기지를 옮겨 함께가게 됐는데, 호찌민은 주변 인프라가 잘 구축된 편이라 제품 생산에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 자문 위원 영입?
파격적인 행보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박서원 두산 전무가 신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두산매거진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박 전무가 여러 패션쇼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등 평소 패션에 큰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원 측에 사실을 확인한 결과 아니라고 했다.
평소 박정빈 부회장은 박서원 전무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서원 전무가 지난해 10월 조수애 아나운서와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던 당시 박정빈 부회장이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을 <더팩트>가 포착하기도 했다.
신원 관계자는 "평소 친분이 있는 두 사람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패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 이유로 주변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오해할 수 있지만, 친분 있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조언 정도일 뿐이며 구체적으로 사업 파트너 개념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정빈 부회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새로운 50년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내세웠다. 특히 중국과 손을 잡고 만든 남성 캐주얼 브랜드 '마크엠'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부진했던 중국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상하이에서 패션쇼를 연 '마크엠'은 최근 캐주얼 브랜드에서 스트리트 콘셉트로 변화를 주고 있다.
신원은 최근 패션업계 변화에 맞춰 다양한 연령에 맞춰 유통망을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남북 경제협력의 핵심이었던 개성공단 가동 여부도 박정빈 부회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개성공단 1호 입주기업인 신원은 개성공단 재개가 결정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