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복귀…입지 좁아진 신동주 움직임 주목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년 만에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 복귀했다. 이로써 신 회장은 한일 롯데의 '원톱'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 반면, 한일 롯데의 분리 경영을 주장해 왔던 신 회장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입지는 좁아지게 됐다.
재계는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복귀를 놓고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룹 안팎에 '불안 기운'이 감지되는 이유는 경영 개입 여지가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또 한 번 '발목잡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재차 경영권을 주장한다면 그룹에 큰 부담을 가중시켜 오히려 신뢰를 잃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복귀 이후 롯데그룹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이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수차례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도 경영권 분쟁을 놓고 공격의 고삐를 놓지 않았던 앞선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이라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3~4년간 그룹 주총을 경영권 분쟁의 핵심 도구로 활용해왔다. 롯데그룹의 장자이자 광윤사의 최대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주총 때마다 이미 정리된 자신의 경영권을 주장해왔다. 주총 전후로 그룹과 전현직 직원들과 관련해 각종 음해성 메시지를 노출시켜 기업에 대한 대내외 부정 여론을 조성했다는 점도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불안 요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6월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자신의 이사 선임안과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안을 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부결이었다. 경영권 복귀 시도와 관련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전적은 0승 5패인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원톱' 체제는 단단해졌다. 그럼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 복귀 의지를 꺾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신동주 전 부회장은 패배 이후 "계속해서 롯데그룹 경영 정상화를 요구할 것"이라며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
지금 상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다시 한번 무딘 칼날을 뽑아 들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게 재계 판단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총 4차례에 걸쳐 신동빈 회장에게 화해하자는 내용의 친필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또 설 명절에 "가족과 만나자"는 내용을 담은 초대 편지를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하기도 했다. 재계는 이를 경영권 복귀를 노린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편지와 관련해 롯데 측도 가족의 사생활이 담긴 편지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는 점에서 '편지'를 경영권 복귀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라고 규정하며 "진정성에 의심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친필 편지'에 자신이 일본 롯데를,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각각 맡자는 '화해의 기본 방침'을 내세웠다. 그는 화해를 추진하고 싶다고 밝히면서도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이 또 상정된다고 하더라도 표결에서 해당안이 가결될 확률은 미미하다. 지난해 주총의 경우에도 신동빈 회장이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룹 이사진과 종업원 이사회는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해 롯데 내부에서도 "롯데그룹의 리더는 신동빈 회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과연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 이사직 해임안을 상정할 도의적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롯데지주와 6개 계열사 간 합병 및 분할합병 과정에서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이를 놓고 그룹 구조 변화 시점을 틈타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수천억 원을 챙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매각한 주식을 장외 현금화 시 7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광윤사를 포함한 롯데홀딩스 지분 외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주주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고 이사직에서도 해임당한 만큼 신동주 전 부회장을 더는 롯데그룹의 일원으로 볼 수 없다는 의구심 섞인 시선이 존재한다.
이사직 해임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비롯해 롯데그룹 일가와 롯데 직원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한 롯데그룹 내 시선도 고울 리 없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한 언급이나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룹 내에선 신동주 전 부회장의 존재감은 이미 상실됐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향후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 복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신동빈 회장 경영 체제에는 전혀 흔들림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내부적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과 관련해 '불안 기운'이 생기는 이유는 분쟁 과정에서 생길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롯데그룹 경영과 롯데 직원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임직원들은 더 이상의 분란을 바라지 않고 있다"며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에 따라 급박하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때"라고 설명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재차 경영권 복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오히려 자신의 입지를 더 좁히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주총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언론을 통해 공개한 내용도 사실상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한 회사 내 신뢰성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또 분쟁을 유도한다면, 자칫 중요한 시기에 그룹 성장을 방해하는 '발목잡기'로 해석돼 신뢰를 더 잃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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