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시장 판도 '신차'가 바꾼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시장이 '3강 2약'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가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잇달아 신차를 내놓으며 판매량을 늘려나가는 것과 달리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는 라인업을 확대하지 못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 신차를 내놓은 쌍용차의 경우 사전 계약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며 상반기 실적에 청신호를 켰다. 쌍용차는 지난 2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자사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의 새 모델을 정식 출시했다. '코란도 C'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차는 쌍용차가 4년 동안 350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제작한 모델이다.
이로써 쌍용차는 '티볼리→코란도→G4 렉스턴'으로 이어지는 전체 SUV 라인업에서 '세대교체'를 완성하게 됐다. 특히, 신형 코란도는 출시 전 시행한 사전계약에서 '역대급' 성적을 거두며 회사 측이 제시한 연간 판매 목표는 3만 대 달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쌍용차에 따르면 신형 코란도는 지난 18일 사전계약을 시작하고 1주일 동안 3000여 대가 계약되며 흥행을 예고했다.
이는 쌍용차 대표 베스트셀링 모델인 소형 SUV 티볼리(사전계약 일수 20일 3000대)의 기록을 넘어서는 수치다. 쌍용차는 올해 초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칸'에 이어 신형 코란도의 흥행을 이어가 올해 내수 시장에서 11만8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완성차 업게 '맏형' 현대차 역시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경우 지난주까지 올해 목표치인 2만5000대의 두배가 넘는 5만1000여 대의 누적 계약 대수를 기록하며 초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팰리세이드는 2.2 디젤 모델(3348만~4295만 원)의 가격을 중형 SUV '싼타페'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하면서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에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디젤 모델 상위 트림의 경우 연말까지 출고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4월에는 북미 수출까지 앞두고 있는 만큼 현대차는 원활한 수급을 위해 생산 증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펠리세이드의 흥행 불씨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도 최상위 플래그십 세단 'K9'에 이어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쏘울 부스터' 등 다양한 차급에서 잇달아 신차를 내놓으며 내수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특히, K9의 경우 지난달 1047대가 판매, 출시 이후 10개월 연속 월간 판매 1000대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8배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대형 세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이후 법인분리 등으로 홍역을 치른 이후 이렇다 할 신차를 내놓지 못하면서 내수시장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노조 측이 전면 파업까지 예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그룹에서도 "파업을 지속할 경우 신차물량 배정 자체를 철회하겠다"고 강수를 두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상반된 분위기'는 판매 실적으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9만3317대를 판매, 전년 대비 29.5%의 감소율을 보였고, 르노삼성도 지난해 9만369대로 10.1% 뒷걸음질 쳤다.
반면, 쌍용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전년 대비 2.3% 늘어난 10만9140대를 판매하며 '내수 3위'에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각각 72만1078대, 53만1700대를 판매하며 4.7%, 1.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신차 효과에 힘입어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17.5% 늘어난 6만440대를 판매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마다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홍보·마케팅 전략을 기획하고, 시장에서 활용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다양한 신차 출시, 라인업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마케팅 전략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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