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민간 외교관' 역할 커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오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 모디 인도 총리 이어 모하메드 UAE 왕세제 만나 사업 협력 논의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를 만났다. 국가적 협력 차원으로 공식 방한한 외빈을 직접 만나 주요 사업장을 소개하고, 민간 영역에서의 협력 관계를 확고히 다지는 등 일조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이재용 부회장과 주요 외빈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국빈 방한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요청에 따라 청와대에서 만남을 가졌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를 놓고 '민간 외교관'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26일 오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모하메드 왕세제를 직접 안내해 5G·반도체 전시관과 반도체 생산라인 등을 둘러봤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통신장비를 활용, 드론·8K QLED TV 등을 통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과 모하메드 왕세제는 5G·반도체·인공지능 등에서 삼성전자와 UAE 기업 간 협력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병환 중인 형 셰이크 칼리파 국왕을 대신해 UAE 국가수반 대행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모하메드 왕세제의 이날 만남은 지난 11일 UAE 아부다비에서 5G·IT 관련 미래 사업 분야에 대해 양국 기업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이후 보름 만이다. 물론 모하메드 왕세제의 방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UAE 실세 왕족과 외국 기업인이 짧은 기간 내 재회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는 잦은 만남이 실질적 결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만남이 단순한 사업 협력 차원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모하메드 왕세제가 한국과 UAE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방한했고, 공식적인 일정을 소화하면서 삼성전자 사업장에 들러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는 등 과정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민간 외교관' 역할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기업인으로 한국과 다른 나라의 경제 연대에 기여하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2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위해 마련된 청와대 국빈 오찬에도 참석했다. 사진은 국빈 오찬에 앞서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인도대사와 대화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는 27일 정상 회담을 통해 ▲반도체·5G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 ▲ICT 및 우주 ▲신재생에너지 ▲국방·방산 ▲농업 ▲보건·의료 등 분야로 양국 협력 관계를 확대하자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내용으로만 보더라도 앞으로 양국 협력 확대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재용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제의 정상 회담 이후 열리는 공식 오찬에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들어서만 3번째 만남이 성사되는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등이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정상급 외빈과 청와대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정상 회담 이후 개최된 국빈 오찬 자리에도 참석했다. 당시 재계 총수급으로는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단 2명만 초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를 놓고 개인적 친분과 인도 시장에서의 기업 영향력 등이 고려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함께 자리를 빛낸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한·인도 간 경제 협력의 윤활유가 됐다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모디 총리와의 만남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인도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총리를 직접 안내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신규 생산라인을 둘러본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인도의 고속 경제성장에 삼성이 노력했다는 점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며 인도의 지속 성장과 향후 한·인도 경제 협력에 있어 삼성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했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이러한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다음 달 말 개최되는 보아오포럼에 참석할지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은 세계 각국 정·재계 거물들이 모여 아시아의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외교의 장이다. 현재 삼성에서는 권오현 회장이 보아오포럼 참석 명단에 포함된 상태다. 지난해 4월까지 포럼 이사직을 맡았던 이재용 부회장이 아직 초청 명단에는 빠져 있지만,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하면서 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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