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 서초동 '노른자 땅'의 '이상한' 삼성 스포츠센터

서초동 서운중학교 인근 아파트단지 사이에 있는 널따란 부지에 인적이 거의 없는 가건물이 자리잡고 있어 주위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서초=이지선 기자

인적 없는 가건물에 소문만 '무성'...삼성 측 "필요할 때 사용 중"

[더팩트ㅣ이성락·이지선 기자] 18일 서울 서초구 서운중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 사이로 단층짜리 가건물 하나가 눈에 보인다. 불이 꺼진 가건물에는 드나드는 사람 없이 한적한 기운이 감돈다. 실제 4시간 넘게 서 있었지만 드나드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14일과 15일에도 각각 4시간 넘게 주변을 맴돌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무슨 건물일까. '삼성전자 임직원 전용 스포츠센터'라고 적힌 표지판 만이 건물의 용도를 대신 말해주고 있다.

이 건물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서울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서초동 일대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부지와 건물 소유가 삼성전자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부동산업자들은 기업 소유 부지인데도 불구하고 활용도가 낮다는 측면을 고려했을 때 '정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삼성 계열사가 서초동을 떠난다는 항간의 소문 역시 인적이 드문 이 부지와 건물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가건물은 삼성 서초 스포츠센터라는 표지판을 달고 있다. 아래 임직원 전용 시설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지선 기자

◆ 비어 있다는 '삼성 서초 스포츠센터' 가보니

재계 및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부터 삼성 금융계열사가 서초동을 아예 떠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삼성전자 소유 서초동 인근 부지에 대한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8년 강남역 부근에 빌딩 3개를 올리고 이른바 '서초 삼성타운'을 조성한 이후 현재는 사라진 그룹의 미래전략실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을 서초 타워에 입주시켰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삼성전자 인력들은 서초타운 C동을 떠나 수원디지털시티와 태평로 삼성본관 등으로 돌아갔고 대신 금융계열사들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삼성그룹 소유 세 건물 중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소유했던 B동이 삼성그룹 계열사가 아닌 NH투자증권과 코람코자산신탁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삼성 계열사들이 서초동을 떠난다는 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서초 사옥 외 서초동 1325-23번지와 1325-24번지의 약 5200㎡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부지 가운데에는 '삼성 서초 스포츠센터' 가건물도 자리 잡고 있다.

이 부지와 가건물이 삼성이 서초동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과 연결되는 이유는 서초동에서 근무를 하는 임직원들이 줄어들면 스포츠센터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포츠센터를 방문한 결과, 직원들이 이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해당 스포츠 센터가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센터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스포츠센터 주위 철제 대문을 가리키며 "이 대문이 열린 걸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 토지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부지 용도는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서초로지구), 고등학교' 등으로 기재돼 있다. 공시지가는 지난해 1월 기준으로 1㎡당 1188만 원으로 책정됐다. 삼성전자는 당초 해당 부지를 사내 유치원을 세우기 위해 매입했지만, 삼성타운과 거리가 그리 가깝지 않은 데다 근처 도로도 매우 좁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유치원 운영을 중단하고 대신 가건물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부지는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서초로지구), 고등학교 용도로 매입됐다. 사진 속 빗금친 부분이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부지로, 이를 두고 인근 부동산에서 여러 소문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토지정보시스템 웹페이지 캡처

◆ '삼성 서초 스포츠센터' 두고 무성한 '동네 소문'

해당 부지와 건물에 대한 활용도가 떨어지자 인근 부동산에서는 여러 소문이 돌고 있다. A부동산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땅을 살 때는 초반에 사내 유치원을 운영했지만 삼성 빌딩이 비게 되니 그 안으로 옮기면서 부지가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니겠냐"며 "지금 세워둔 건물도 가건물로 활용이 원활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근처 B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도 "예전 스크린골프장이 땅을 팔면서 삼성이 그쪽에 유치원을 짓는다고 했다가 무산된 것 같다"는 소문을 전했다. 그러면서 "가건물이 있는 부지 바로 오른쪽에는 개인 사유지가 있고 뒤쪽으로는 서울시가 소유한 땅도 있어서 이를 모두 매입하지 않는 한 활용도는 떨어지는 땅"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부동산에서는 롯데그룹의 부지 매입설도 나왔다. 한 부동산업자는 "가건물(스포츠센터) 근처의 서울시가 소유한 땅부터 삼성전자 땅, 개인 땅까지 롯데에서 사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용도변경에는 오랜 시간이나 비용이 들겠지만 현금 보유량이 늘어나면 5년 정도 이후에는 이 땅을 사서 쇼핑몰을 건설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은 서울시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해당 부지와 건물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 역시 삼성이 서초를 떠난다는 소문과 '삼성 서초 스포츠센터'가 사실상 '놀고' 있는 것이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었다.

한 상인은 "강남역과 연결된 빌딩 상가를 삼성이 관리하니까 이정도로 유지되는 것이지 만약 삼성이 떠난다면 엉망이 될 것"이라며 "현재도 유동인구가 많이 줄었는데 삼성 직원들도 다 나가면 더욱 팍팍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자는 "삼성이 서초동에 머물 생각이 없으니 굳이 가건물 세운 땅을 활용하지 않는 것 아니겠나. 삼성이 떠나면 땅도 내놓지 않을까 싶다"라며 "다만 인근 상권 월세 등도 많이 떨어질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말그대로 소문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스포츠센터 활용에 대해서도 "필요할 때 잘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일부 사업장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예전보다 수요가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스포츠센터는 운동 등 직원들 행사나 교육장으로 아직 활용하고 있다. 매일매일 문을 열지 않아 활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부지 정리 및 매각도 아직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 측도 해당 부지 매입과 관련해 "들어본 적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소유한 부지를 매입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처음 들은 이야기"라며 "롯데는 부동산을 기점으로 펼치는 사업이 많다. 어느 곳에서나 '롯데가 부지를 매입할 것'이라는 부동산 업계 소문이 떠돌 수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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