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임병연 업무파악 끝났다…과감한 투자 행보 불황 타개할까

롯데케미칼이 올초 인수합병과 유상증자 등 연이은 투자로 인해 취임 두 달을 맞은 임병연 대표이사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조명받고 있다. /더팩트DB

벨렌코사 인수 이어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사 현대케미칼 지분 추가 획득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분의 1 가량 하락하며 부침을 겪은 롯데케미칼이 올초부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눈길을 끈다. 올해 자회사 롯데첨단소재가 터키 인조대리석 시장 1위 업체 벨렌코를 인수한데 이어,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해 설립한 현대케미칼의 지분을 추가 획득하는 등 투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지난해 말 취임한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조명받고 있다. 석유화학업종의 불황이 향후 2년 여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임 대표의 결단과 투자 및 인수합병(M&A) 능력이 향후 롯데케미칼을 구원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진행중인 현대케미칼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투자액과 지분율을 변경했다. 롯데케미칼은 유상증자 형태의 현금 출자 방식으로 현대케미칼 주식 5920만주를 2960억 원에 취득해 현대케미칼의 지분을 40%(9760만 주)까지 늘렸다. 지분 취득 비용은 2960억 원이다.

이번 롯데케미칼의 지분 추가 획득은 지난해 5월 현대오일뱅크와 공동으로 추진한 2조7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프로젝트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50만㎡(약 15만 평) 부지에 에틸렌 및 화학제품 공장을 건설해 지분에 따른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양 사는 지난 2014년 합작사 현대케미칼을 설립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가 지난달 터키 엔지니어드스톤(인조대리석) 시장점유율 1위 업체 벨렌코의 지분 72.5%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벨렌코 인수를 통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고급 인테리어 소재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시장 5위권 내로 진입한다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현대케미칼의 지분 추가 획득을 통해 국내 최초 정유·석유화학 합작 성공 사례를 창출하는 목표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는 입장이다. 현대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 임병연 대표, 투자 통해 경영 능력 증명할까

업계는 이같은 롯데케미칼의 투자에 대해 임병연 대표의 입김이 적용했다고 보고 있다. 임 대표는 과거 롯데그룹 내 M&A를 전담해온 부서에서 일하며 'M&A 전문가' 꼬리표가 붙는 인물이다. 인도네시아 자회사 롯데케미칼 타이탄과 삼성SDI의 화학 부문을 인수한 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 롯데비피화학 등이 그가 전담한 작품이다.

그러나 임병연 대표는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석유화학업종 불황으로 부진했기 때문에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경쟁사인 LG화학이 2차전지와 정보전자소재 등 비석유화학 부문에서 석유화학부문 실적 부진을 일부 만회한 모습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전통적인 석유화학업에 집중해 불황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016년부터 유지해온 화학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2015년 영업이익 1조611억 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LG화학(1조8236억 원)을 바짝 쫒은 롯데케미칼은 이듬해인 2016년 2조5478억 원을 달성, LG화학(1조9919억 원)을 누르고 왕좌에 올랐다. 롯데케미탈은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2017년 2조927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2조9285억 원의 LG화학을 따돌렸다.

그러나 지난해 상황은 뒤바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16조5450억원, 영업이익 1조96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3% 감소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 원 가까이 증발한 결과다. 당기순이익 역시 27% 감소한 1조6784억 원에 그쳤다.

이에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수장에 오른 임병연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진 상황이다. 임 대표는 지난달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인수합병(M&A) 등 조직 구조 개편보다는 내실 다지기가 먼저"라며 "지금 업황이 다운사이클로 접어드는 모습이기 때문에 연구개발과 투자 등을 통해 회사를 탄탄하게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가 지난달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년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더팩트DB

임병연 대표는 취임 후 내실을 다지기 위해 여수와 대산공장 등 현장을 방문해 업무 파악에 나섰다. 현장감독의 업무보고를 듣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터키 벨렌코사 인수와 현대케미칼 추가 지분 획득은 이후 이뤄졌다. 일련의 과정들을 미루어볼 때 이번 롯데케미칼의 투자는 결정권자인 임 대표의 업무파악을 마친 후 결정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임병연 부사장은 그간 전통적 석유화학업종에 주력해 불황에 민감했던 롯데케미칼의 사업성을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변화시킬 적합한 인물"이라며 "대표이사 취임 후 두 달여가 지난 현재 업무파악을 마치고 자신의 경영론을 회사에 녹아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기존에 추진중인 사업도 임병연 대표 지휘 아래 속도를 내고 있다. 여수 PC(폴리카보네이트)와 울산 MeX(메타자일렌) 공장 증설 설비는 올해 말 준공을 목표 하고 있고, 이달 추가 지분을 획득한 현대케미칼 대산공장은 HPC(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2021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사업도 가속을 내고 있다. 2017년 공장 부지 매입 후 진척되지 않았던 4조 원대 규모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조성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재개됐다. 인도네시아 현지 자회사인 LC타이탄은 인도네이사에 NCC분해시설과 하류 공장 등 대규모 유화 생선설비를 구축해 원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현대케미칼의 지분 추가 획득을 통해 국내 최초 정유·석유화학 합작 성공 사례를 창출하는 목표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며 "현대케미칼을 통해 기존 NCC 대비 연간 2000억 원 가량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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