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 모십니다'···커피전문점, 1인 좌석 이어 좌석 대여제까지

취업포털사이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8명이 카페에서 공부·업무를 한 경험이 있다. 14일 서울 한 커피전문점에서 고객들이 공부와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김서원 인턴기자

라이프 스타일 맞춤형 공간 구성하니 고객 만족도↑

[더팩트 | 김서원 인턴기자] 이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최근 들어 카페가 차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공간을 넘어서 공부나 회의·미팅을 위한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 취업포털사이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8명이 "카페에서 업무나 공부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카피스족(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은 새로운 카페 문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커피전문점들은 한 자리에 앉아 오래 공부하는 '카공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회전율이 낮아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해 스타벅스 노량진역점은 개장과 동시에 '카공족 차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다른 지역 매장과 달리 매장 내 콘센트 수가 4개에 불과하고 좌석 테이블이 낮아 특정 이용 패턴의 고객을 오래 있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집중된 것.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30대가 모인 노량진이라는 지역 특성에 카공족이 몰릴 것이란 예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 발상의 전환으로 되레 '카공족 모시기' 작업에 돌입한 커피전문점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다날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달콤커피는 매장의 1인석부터 다인석까지 좌석대여제를 도입해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좌석대여 서비스는 1인 1메뉴 이상 주문해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양재점·뱅뱅사거리점 등 7개 매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전 매장으로 이용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카공족 카피스족 맞춤형 공간으로 매장을 구성하는 커피전문점들이 늘고 있다. 서울 한 커피전문점 매장의 한 면이 콘센트가 하나씩 설치된 1인 좌석으로 구성돼 있다. /김서원 인턴기자

앞서 할리스커피은 지난 2014년 '카공족'을 겨냥한 1인 좌석을 선보였다. 카공족들이 한번 매장을 찾아 쓰는 돈은 적을지 몰라도 이들의 방문 빈도를 높인다면 결국 매출이 늘 것이라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대학가·학원가 상권 등 카공족이 많이 찾는 지역 매장에는 아예 1인 좌석, 분리형 좌석을 대폭 늘려 혼자 공부할 때 독립성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할리스커피가 지난해 12월 광화문에 오픈한 프리미엄 매장 '센터포인트점'에는 콘센트 설치 개수가 72개로 전체 좌석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할리스커피 강남점도 콘센트와 스탠드가 있는 1인용 좌석이 절반을 넘는다.

'카공족'에 대한 역발상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1인석 좌석을 갖추거나 늘린 매장의 경우 이전보다 매출이 평균 30%, 최대 140%나 오른 것이다. 혼자 와서 오래 머무는 고객들일수록 음료뿐 아니라 가격대가 높은 빵·샌드위치 등도 함께 구매하기 때문이라는 게 할리스커피 측 설명이다. 커피전문점 경쟁이 날로 치열해져 다른 브랜드의 폐점이 잇따르는 가운데 할리스커피 매장 수는 지난 2013년 382개에서 지난해 507개까지 늘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구매액)는 '카공족'들에 대한 업계의 인식을 바꿨다. '카공족'들은 영업 공간에서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만큼 자릿세를 치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 카공족의 절반 이상은 카페에 오래 머무를 경우 음료나 빵을 추가 주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가에서 만난 한 20대 카공족은 "최대한 창가 자리나 1인 좌석에 앉으려 한다"며 "빵·케이크 등 디저트와 함께 음료도 2시간 마다 새로 주문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전문점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지역 및 상권별 특성에 맞춰 전략적으로 매장을 오픈하는 추세"라며 "고객들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매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메뉴 및 공간 구성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saebyeo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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