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PC오프제·유연근무제 도입 '속속'…직군별 '온도차' 여전

금융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계도 기간이 오는 7월 만료되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이 잇따라 PC 오프제·탄력근무제 도입을 조기 시행하거나 시범운영하고 있다. /더팩트 DB

'주 52시간' 계도 기간 오는 7월 종료…'극명한 온도차' 존재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체에 의무 적용됐지만 증권·은행 등 금융권은 업종 특성을 고려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1년간 유예돼 오는 7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이미 PC 오프제·탄력근무제 등을 통해 52시간 근로제 조기 시행 및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일부 증권사들 역시 PC오프제 도입에 속속 나서며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직군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가 힘들어 '극명한 온도차'를 느끼는 이들도 존재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오는 3월 중으로 PC오프제를 도입하고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위한 시범운영에 나선다. PC오프제는 퇴근 시간 이후 사무실 PC를 자동 종료시켜 직원들의 정시 퇴근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의무화에 앞서 3개월간 PC오프제 도입 등을 통해 시범운영에 나설 방침"이라며 "본격적으로 도입하기에 앞서 시범운영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수정·개선을 통해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당겨 다음 주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전 직원의 근무시간이 오전 8시로 정해지고 퇴근은 오후 5시가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부터 시범운영 형태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작했다. 전 직원이 오전 8시 출근·오후 6시 퇴근을 원칙으로 하되 업무로 인해 지키기 어려운 경우 근로시간을 준수해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또 매주 수요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해 오후 5시 강제퇴근을 시행한 바 있다.

업계 내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은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5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일찌감치 조직하고 직무별 유연근무제를 시범 도입했다. 이후 6개월간의 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해당사의 직원들은 사실상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근무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6월부터 노사 합의를 통해 본사와 모든 영업점을 대상으로 PC오프제와 유연근무제를 전격 도입했다. 이에 KB증권 직원들은 점심시간 1시간을 포함해 하루 총 9시간을 근무한다.

오전 8시에 출근할 경우 오후 5시에 퇴근을, 오전 10시에 출근하면 오후 7시에 퇴근하도록 정해져 있다. 더불어 부서별 특성을 감안해 업무가 몰리는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한가한 시점에 근무시간을 줄이는 탄력근무제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를 이미 도입하거나 시범운영 중인 증권사들의 일부 특수 직종(영업·전산 등) 종사자들은 여전히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더팩트 DB

NH투자증권은 지난 2014년 업계 최초로 PC오프제를 도입했다. 노사 합의를 통해 주 52시간 근로제 조기 적용에 나선 것이다. 부서별 특성을 파악해 불필요한 근무시간을 줄이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PC오프제 시범운영을 시작해 최근 도입을 끝마쳤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부터 선택근무제와 PC오프제를 병행 운영하고 있다. 또 하나금융투자는 불가피한 야근시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주 40시간 근로를 권장하고 있다.

이처럼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보장되는 근무환경으로 바뀌어 가면서 증권사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과거처럼 상사의 눈치를 보며 사무실에 묶여 있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업무를 마무리해 자유롭게 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지원은 "과거에는 업무를 끝마쳐도 상사가 퇴근 전이라면 눈치를 보며 자리를 지켜야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불필요한 야근과 회식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해서 일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직원은 "일과가 끝나면 각 부서장들도 눈치 보지 말고 알아서 퇴근하라고 독려하는 분위기"라면서 "그렇다 보니 후임이나 동료가 업무를 끝마치고 먼저 퇴근해도 서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앞서 다수의 증권사들이 조기 도입 혹은 시범운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영업과 전산·보안 등 특수 직군에 종사하고 있는 일부 직원들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업사원의 경우 주로 외근을 하기 때문에 근무시간 산정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또 전산 및 보완 관련 업무는 금융업 특성상 24시간 이뤄져야 하기에 회사와 노동자 간에 보다 세밀한 합의가 필요한 상황으로서 주 52시간 근무 정착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증권가 대부분의 근무시간 단축 기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서별·직군별로 쉽사리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계도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러한 애로사항들을 파악하고 추후 개선하고자 증권사들이 시범운영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j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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