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부터 메신저까지…SK텔레콤, 플랫폼 급격한 성장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SK텔레콤이 택시에 이어 음원, 메신저 등 각종 플랫폼 사업에서 영역을 확대하며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플랫폼 분야 '강자'로 꼽히는 카카오를 제치고 무서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멜론과 맺은 음원 서비스 요금 할인 제휴를 이달 말 종료하기로 했다. 멜론은 국내 음원 플랫폼 1위 업체로 카카오의 자회사다.
SK텔레콤은 지난 2004년 멜론이 출시된 이후 제휴를 이어왔는데, 15년 만에 협력이 끝나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SK텔레콤 T멤버십 가입자는 멜론의 스트리밍 요금제 30%를, T플 가입자는 'MP3 다운로드+무제한 듣기' 요금제 50%를 할인받을 수 있었지만, 혜택이 사라지게 됐다.
이는 자사의 음악 플랫폼 '플로'에 집중하려는 SK텔레콤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당초 자사 음악 서비스 뮤직메이트를 운영했지만 영향력이 크지 않아 멜론과 제휴를 맺어왔던 것에 반해 플로는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뮤직메이트 서비스를 종료하고, 플로를 출시했다.
실제 플로는 출시 한 달 만에 20만 명가량이 급격하게 늘며 지난해 12월 기준 월 사용자 수(MAU) 138만 명을 기록했다. 멜론(420만 명), 지니뮤직(212만 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사용자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자사 고객에게 플로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고객 유입이 보다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빌리티(차량) 분야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 개편한 택시 호출 서비스 '티맵 택시'는 지난해 말 기준 MAU 120만 명을 기록했다. 두 달 전인 지난해 10월(9만3000명)보다 12배 이상 증가했다. 티맵택시 가입 기사 수도 지난해 6월 말 3만 명에서 연말 15만 명 수준까지 늘어 전체 택시 기사 절반 이상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업계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와 갈등을 겪던 틈을 타 무섭게 몸집을 불려 나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출시 선언으로 택시업계에서 반(反) 카카오 정서가 팽배해졌고, 이로 인해 택시기사들이 자연스레 티맵택시로 움직였다. 또한 자사 고객을 중심으로 진행한 할인 행사도 영향력 확대에 힘을 보탰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세를 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는 택시업계와 갈등 속에도 지난해 12월 MAU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수준이다. 택시업계의 불매에도 이용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SK텔레콤은 메신저 서비스에도 발을 들였다. SK텔레콤은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갤럭시S9'과 '갤럭시S9 플러스', '갤럭시노트9'에 차세대 메시징 서비스 RCS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신저 서비스는 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일부 모델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데다 서비스를 확대한다 해도 아이폰과 호환이 안 된다는 점은 제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RCS는 고도화 중인 서비스로 이용자 수도 향후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RCS가 적용되는 모델을 점차 확대해 상반기 중으로 대부분 제품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은 카카오와 맞물려 있다. 카카오가 음원, 택시, 메신저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업계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는 만큼 SK텔레콤의 영향력 확대에 더욱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사실상 주요 플랫폼을 독점하고 있는데, 힘 있는 SK텔레콤이 경쟁자로 등장한 만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SK텔레콤은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향후 타사 고객 등을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