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4.5% 성장하던 1969년, 유명 식품기업 창사 줄이어
[더팩트 | 김서원 인턴기자] 기해년인 2019년 '반백년'을 맞은 국내 식품기업들이 있다.
본격적인 경제 성장이 시작되던 지난 1969년 국민들에게 저렴하지만 질 좋은 먹거리를 만들며 오늘날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오뚜기·매일유업·한국야쿠르트·동원그룹이 주인공이다.
이때는 한국전쟁 이후 점차 빈곤에서 벗어나던 시기다. 경제성장률은 연 14.5%를 기록해 1인당 GDP 200만 달러를 처음 돌파했다. 지난 1949년 2000만 명 수준이던 인구는 20년이 지난 1969년 3100만 명을 찍었다.
민족의 명절 설을 맞아 <더팩트>가 창사 50주년 식품기업 4곳을 한데 모아 짚어봤다.
◆ 오뚜기
오뚜기는 요즘 '갓뚜기'로 불린다. 이 회사는 지난 1969년 함태호 회장이 창업한 '풍림상사'에서 분말카레를 첫 제품으로 팔기 시작했다. 지난 1981년 3분 카레·짜장을 생산하면서 3분 요리 제품군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이후 오뚜기는 지난 2006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 클럽에 가입하며 성장세를 탔다.
각종 먹을거리 파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던 오뚜기가 착한 기업 이미지로 '갓뚜기'라는 별칭을 얻게 된 건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한 지난 2016년이었다. 당시 함 명예회장의 장남인 함영준 회장은 3500억 원 상당의 오뚜기 주식을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았는데 상속세 1500억 원을 5년에 걸쳐 전액 내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지난 2017년 매출 2조501억 원을 기록한 오뚜기는 1120여 가지 제품을 취급하며 명실상부한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국내 식품회사들 중 가장 많은 숫자로 알려졌다. 오뚜기 측은 "라면 시장 점유율 확대 등에 주력하며 기존 제품의 제품력 강화와 함께 가정간편식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경영 전략을 밝혔다.
◆ 매일유업
'매일우유' '앱솔루트' '상하목장 우유' '고창 상하농원' '폴바셋'. 유가공업계 매출액 1위 매일유업 역시 올해 50돌을 맞이한다. 매일유업은 고 김복용 창업주가 국가 낙농·축산업 진흥 사업에 의해 지난 1969년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세운 한국낙농가공에서 시작했다. 농장 설립·생산시설과 유통망 구축부터 맨손으로 시작해 기틀을 다졌다.
지난 2006년 별세한 선친에 이어 장남 김정완 회장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그룹 매출을 10년 만에 100% 이상 불려냈다. 유업계 불황에도 지주사 매일홀딩스 매출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 2006년 말 4206억 원이던 그룹 자산규모는 2년 지난 2008년 9338억 원으로 2배 이상 크게 늘어났고 이듬해 1조 원을 돌파했다.
매일홀딩스는 지난 2017년 매출 1조6300억 원을 거뒀다. 이에 따라 매일홀딩스는 서울우유를 제치고 2년 연속 유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향후 매일유업은 국내·외 사업 강화, 신사업 진출 등 3대 전략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가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 한국야쿠르트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주세요~ 야쿠르트 없으면 요쿠르트 주세요~' '야쿠르트 아줌마'로 유명한 한국야쿠르트는 윤덕병 회장이 지난 1969년 그의 친척 윤쾌병 교수와 함께 유산균을 사업영역 주축으로 세운 회사이다. 윤 교수는 지난 2000년 작고했으나 올해로 92세(1927년생)인 윤 회장은 현재까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윤 회장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국야쿠르트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로, 지난해부터 김병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선임돼 그룹을 이끌고 있다.
윤 회장은 창업 4년 만에 '야쿠르트 아줌마'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1971년 47명이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현재 1만3000여 명으로 늘어나 전국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드브루커피·키리 등 일부 제품은 일반 시중 매장에 취급하지 않고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서만 일대일 대인 판매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한국야쿠르트 매출의 90%가 야쿠르트 아줌마에서 나오며 최강의 판매조직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2008년 야쿠르트 400억 병 돌파와 함께 2010년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방판력과 함께 매출 역시 동반 상승세를 탔다. 야쿠르트 아줌마 덕분에 다른 식품회사들이 최대 6%대 영업이익률을 내는데 반해 한국야쿠르트는 10%에 이르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17년 매출 1조314억 원, 영업이익 1082억 원을을 기록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올 한 해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잇츠온' 경쟁력을 높여 본궤도에 올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동원
배우 강동원의 별명은? 바로 '동원캔참치'. '캔참치'의 대명사 동원그룹은 지난 1969년 김재철 회장(1935년생)이 원양어선을 타며 모은 돈 1000만 원을 자본금으로 창립한 원양어업회사 '동원산업'으로 시작했다. 김 회장은 인도양·사할린 해역·북태평양·대서양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며 물고기를 낚아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김 회장은 원양어업을 통해 잡은 물고기 전량을 팔아 120만 달러 수출 실적을 달성하며 창업 1년 만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로부터 3년 만에 성장률 600%를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도 거뒀다.
IMF 외환위기에도 김 회장은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농산물 가공공장, 햄·김치 공장 준공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통해 동원그룹을 종합식품회사로 키워나갔다. 그 덕에 동원그룹은 자산총액이 9조 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동원그룹은 김 회장의 오랜 노력 끝에 참치 어획량과 참치 가공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게 됐다.
지난 2017년 기준 매출 6조 5000억 원을 기록한 동원은 앞으로 미국·중국은 물론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까지 진출한 해외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