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쏘울 부스터' 크고·강하고·예쁘게 다듬어지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브랜드마다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대표 모델들이 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에서 지난 2011년 첫선을 보인 신개념 프리이멈 유니크 비히클(PUV) '벨로스터'는 3개의 문을 가진 독특한 디자인으로 8년여의 세월 동안 진화를 거듭했고, '코란도 스포츠'에서부터 최근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 칸'에 이르기까지 쌍용자동차가 출시한 국내 유일 픽업트럭 모델 라인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아차에서도 이 같은 모델이 있다. 바로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박스카' 디자인을 표방한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비히클(CUV) '쏘울'이다. 기아차가 23일 지난 2013년 2세대 모델 출시 이후 6년 만에 성능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부분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3세대 모델 '쏘울 부스터'를 출시했다.
사실 '쏘울'은 지난 2013년 2세대 출시 이후 미국 시장에서 말 그대로 선풍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연간 판매 10만 대라는 대기록과 함께 수출 효자 모델로 우뚝 섰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연간 2400여 대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왔다.
그래서일까. 기아차에서도 이번 3세대 모델만큼은 국내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 반열에 오른 모델과 견줘도 빠짐이 없는 '공들인' 신차 발표회를 통해 새 모델의 특장점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쏘울 부스터'의 가장 큰 변화와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디자인의 변화다. 기아차는 '쏘울 부스터'의 디자인에 대해 "기존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한 하이테크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표현했다. '하이테크'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차량의 디자인과 성능, 마케팅 전략을 소개하는 기아차 경영진의 옷차림에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김택균 기아차 외장디자인2팀장, 김정렬 소형RV담당 PM, 김명섭 국내마케팅팀장 등 이날 행사에서 마이크를 쥔 '쏘울 부스터 프로젝트' 수뇌부들은 하나 같이 격식을 갖춘 정장 차림이 아닌 스타일과 맵시를 강조한 캐쥬얼한 복장으로 신차 옆에 섰다.
지난 2017년 6월 현대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신차발표회 당시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 모두가 면티에 청바지를 입은 캐쥬얼한 차림으로 차량의 개발 콘셉트를 드러냈을 때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실제로 '쏘울 부스터'의 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비교해 확연하게 젊어졌다. 최근 현대기아차에서 추구하는 가늘고 길게 뻗은 형태의 헤드램프와 후면부 하단 중앙의 트윈 머플러, 전용 D컷 스티어링 휠 등 실내외 곳곳에서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요소들이 눈에 띈다. '춤추는 햄스터'를 광고 모델(?)로 활용해 눈길을 끌었던 기존 모델에서 느껴지는 '귀여운 이미지'도 3세대 모델에서는 '날렵함'으로 변했다.
실내 공간은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쏘울 부스터'는 기존 모델 대비 전장과 전고, 축거가 각각 55㎜, 15㎜, 30㎜ 커졌다. 뒷좌석의 경우 성인 남성 2명이 앉았을 때 여유롭고, 무릎공간도 충분히 확보됐다. 트렁크 적재 용량 역시 364ℓ로 기존 모델 대비 10ℓ 늘었다.
디자인의 변화보다 더 눈에 띄는 건 단연 '달리기 성능'이다. '쏘울 부스터'에는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27.0 kgf.m의 동력성능을 갖춘 1.6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 2016년에 출시한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고성능 버전인 '아반떼 스포츠'에 장착된 것과 동일하다.
물론 시기적으로 2년여의 세월이 지났지만, 200마력이 넘는 터보 엔진이 발휘하는 기민한 가속감은 만족스럽다. 고속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밟자 몇 초도 되지 않아 계기판의 수치가 130km를 가리켰다. 시속 150~160km에 도달할 때까지도 차체의 떨림과 같은 불안정한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쏘울 부스터'는 패들 쉬프트와 D컷 스티어링 휠 등 '아반떼 스포츠'에서 느낄 수 있었던 스포티한 감성이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
기아차가 강조했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과 후측방 충돌 경고(BCW), 차로 이탈 방지 보조(LKA), 전방 충돌 방지 보조(FCA) 등 첨단 지능형 주행 안전 기술 역시 실주행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LKA 시스템의 경우 현대차의 '신형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기아차의 '신형 K9' 등 최근 현대기아차가 출시한 신차에서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로 직선 구간은 물론 곡선 구간에서도 차선의 중앙을 벗어나지 않도록 잘 잡아준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뗀 상태로 평균 약 20초 정도가 지나면 계기판에서 '핸들을 잡아주세요'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오는 데 다시 손을 데고 1~2초가 지나면 다시 기능이 작동한다. 아직 시간적 한계는 있지만, 대형 세단과 같은 고급차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첨단 기술이 준중형급 모델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아반떼 스포츠'를 시승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속 120km 이상의 고속 구간에서 실내에 전달되는 소음은 중형급 이상의 휘발유 세단에 익숙한 탑승자에게는 다소 거슬릴 수 있을 것 같다.
실내 디자인 구성도 운전자의 주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배치된 10.25인치 HD급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컴바이너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 등 첨단 편의사양은 물론 칭찬할만할 요소지만, 변속레버 앞에 배치된 시동버튼을 비롯해 하단에 배치된 공조 버튼과 스티어링 휠 양쪽에 배치된 다양한 버튼 등 생소하게 느껴지는 디자인 배치는 산만한 느낌이다.
'쏘울 부스터'의 판매 가격은 가솔린 모델 ▲프레스티지 1914만 원 ▲노블레스 2150만 원, ▲노블레스 스페셜 2346만 원이다. 동급 성능을 갖춘 '아반떼 스포츠'의 판매가격이 1964만~2365만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