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국내 바둑 랭킹 1위도 압승…더 세진 NHN엔터 인공지능

한돌 아버지로 불리는 이창율 NHN엔터테인먼트 게임 AI팀장이 23일 대형 화면에서 생중계되고 있는 신진서 9단과 한돌의 바둑 대결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우측 흰색 원이 신진서 9단 /최승진 기자·NHN엔터테인먼트 제공

'알파고' 뛰어넘은 토종 인공지능, 바둑 영재 신진서 9단도 꺾다

[더팩트 | 판교=최승진 기자] 토종 인공지능(AI)이 국내 바둑 랭킹 1위(지난해 12월 기준)인 신진서(20) 9단마저 물리쳤다. 이 인공지능은 190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 이후 인공지능을 이긴 사례가 또다시 나올지 기대를 모았지만 벽은 여전히 높았다. 신진서 9단은 대결을 마치자 "사람과 대국을 하면 언제든지 상대에게서 실수가 나올 수 있지만 인공지능과 대국할 때는 기본적으로 실수가 거의 안 나와서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23일 오후 자사 판교 사옥에서 신진서 9단과 '한돌'의 바둑대결을 진행했다. '한돌'은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하고 서비스 중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뜻한다.

이날 행사는 토종 인공지능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한돌'이 신민준 9단·이동훈 9단·김지석 9단·박정환 9단에 연이어 승리를 거둔 상황이라 긴장감을 더했다. 중계를 맡은 김효정 3단은 경기 직전 "인공지능 문외한이었을 때는 프로기사의 승리를 장담했는데 이제는 아니다"고 했다.

박근한 NHN엔터테인먼트 기술연구센터 총괄 이사가 23일 오후 바둑 AI 한돌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게임 인공지능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다. 당시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에 자극을 받았다. '한돌'은 NHN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통해 쌓아온 바둑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국내 게임업계 중 일반인이 상시 대국할 수 있는 바둑 인공지능으로 최초일 뿐 아니라 유일하다.

이와 관련, 박근한 NHN엔터테인먼트 기술연구센터 총괄 이사는 "바둑 인공지능에 활용한 기술은 무한대에 가까운 커다란 검색공간을 가진 문제에서 정답에 가까운 솔루션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기존 방법과 달리 기본적인 규칙만 가르쳐 주면 컴퓨터 스스로 강화학습을 통해 답을 찾아낸다"고 덧붙였다.

'한돌'은 10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2017년 12월 '한게임 바둑'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한돌'은 현재 1년 전 인간 프로기사 9단 기력과 비슷한 수준에서 2016년 이세돌과 겨뤘던 '알파고 리' 수준을 넘어서는 기력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6년부터 기술연구센터를 조직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해 왔다. 이 센터의 연구 인력은 현재 50여 명에 이른다. 이 회사는 '벅스' 음악 검색·추천, '페이코' 광고 데이터 분석 등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박근한 이사는 "지난 3년 경우 활용 분야를 찾기 위한 단계였다면 올해는 게임 인공지능, 쇼핑검색·추천, 컴퓨터비전기술 등 몇 가지 분야에 집중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바둑 인공지능 개발은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중국·일본 등지에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공지능으론 알파고(구글 딥마인드·미국), 파인아트(텐센트·중국), 딥젠고(드왕고·일본) 등이 있다.

shai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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