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정유4사, 지난해 4분기 '무더기 적자' 전망에도 우려와 기대 '공존'

SK이노베이션·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4사가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어닝 쇼크를 기록할 전망이다. /더팩트 DB

정제 마진 급락에 '어닝 쇼크' 불가피…업계, 유가 상승 기조 주시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최근 3년간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정유업계가 울상이다. SK이노베이션·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4사가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이후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미리 사놓은 원유 가치인 재고평가손실이 높아진 반면 정제마진은 낮아진 이유에서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유4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1200억 원대, GS칼텍스 1400억 원대, 현대오일뱅크 1700억 원 대, 에쓰오일 2500억 원 대 적자를 각각 기록해 총 5800억 원대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들이 지난해 4분기 기록했던 영업이익의 합계치가 2조2400억 원 대임을 감안하면 대조적인 결과다.

증권업계는 정유4사의 2018년 4분기 '무더기 적자' 원인을 국제유가 급락으로 지목했다. 특히 국내 정유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 10월 첫재 주 배럴당 82.73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후 11월부터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에는 38.86달러를 기록했다. 3개월만에 절반 이상이 감소한 것이다.

이는 정제마진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수송비 등 각종 부가 비용을 뺀 마진을 의미한다. 정유사는 일반적으로 휘발유와 원유의 가격 차이가 클수록 수익을 내지만 원유 가격이 급락하자 원유인 두바이유와 휘발유 제품 가격의 차이가 점차 소거되며 정제마진이 덩달아 떨어졌다.

정유업계는 복합정제마진이 배럴당 2달러 선을 두 달 연속 넘지 못하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동시에 국제 유가가 향후 미국과 중국의 원유 공급량 조절로 인해 회복세에 접어든다면 정제 마진 개선에 따른 실적 반등도 기대하고 있다. /더팩트 DB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아시아 내 정제마진을 나타내는 기준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15일 기준 배럴당 2.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2.5달러)에 비해 소폭 상승했으나 지난해 1분기 정제마진이 배럴당 7달러였음을 감안하면 무려 61.4% 급락했다. 아시아 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와 비교하면 정유사 수익성 감소의 체감은 더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제 마진이 2개월 연속 2달러 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며 "정유사의 수익성이 반등하려면 휘발유나 경유 등 제품에 대한 마진이 개선돼야 하는데 이번 겨울에는 난방용 경유 등의 수요도 줄었다. 국제 유가 반등을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내심 정제마진 회복을 기대했던 정유업계도 예상보다 회복세가 더디자 근심이 깊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적자 전망에 실적 부진이라는 꼬리표도 미리 예고된 상황이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중국의 석유 수요 강세와 미국의 원유시추기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기대감을 가진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정제 마진도 좋지 않았는데 원유 자산과 제품에 대한 손실평가까지 맞물렸다"며 "래깅 효과(원유 구매시기와 석유제품 판매시기 사이의 유가 변동에 따른 마진 등락효과)에 따라 어닝 쇼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미국과 중국이 공급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려 국제 유가에 영향을 준 것처럼, 반대로 공급량을 줄인다면 국제 유가가 오를 수도 있다"며 "공급량 감소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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