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미세먼지·고령화·저출산' 사회적 난제 관심 쏟는 총수들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현대차·SK·LG 사회적 문제 해결 앞장서는 기업 늘어난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만남은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그중에서도 경내 산책 과정에서 오간 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화는 단연 화제였다. 대화 주제는 전날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린 '미세먼지'였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세먼지연구소를 언급하자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에어컨·공기청정기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고 전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짧았지만 의미 있는 대화였다는 게 재계 평가다. 이날 미세먼지 대화는 삼성·LG와 같은 기업이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치켜세우려는 의도가 강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미세먼지연구소와 LG전자의 공기과학연구소는 자사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문제인 미세먼지에 대응할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세워졌다. 달라진 기상 여건이 시장 판도를 흔들 수준에 이르자 기술적 해결 방안을 기업이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물론 이날 이 부회장과 구 회장은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라는 점만 언급하며 자세를 낮췄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외에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사회적 난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사회적 기업에 자사 기술력을 보태는 지원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는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고객으로부터 신뢰 받는 기업만이 영속할 수 있다는 생각 아래 추진되고 있다. 기업엔 신뢰가 곧 경쟁력이 된다는 판단이다. 현재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은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SK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틈만 나면 기업의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저서를 내기도 한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1월 신한금융그룹과 손잡고 사회적 기업에 200억 원을 지원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SK그룹의 사회공헌 전문 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은 10여 개의 사회적 기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행보는 단순히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시스템 구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사진은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기업 육성 지원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업사이클링(재활용) 제품을 들고나와 소개하고 있는 모습. /더팩트 DB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이 뛰고 있다. 회사는 자사 인프라 공유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행복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눈에 띄는 움직임은 '고령화'와 관련된 것이다. SK텔레콤은 오는 2025년 197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독거노인을 위해 ICT 복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국 50여 개 매장에서 실버세대 고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독거노인 가구 환경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건강관리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다른 이동통신사인 KT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 손잡고 치매 예상 및 치매 인식 개선을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ICT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삼성전자·LG전자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열공' 중이다. KT는 사물인터넷(IoT) 솔루션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세먼지 해결 정책을 돕는 '에어맵 코리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포항시·영주시·홍천군 등 미세먼지 대응에 나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황창규 KT 회장의 관심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인 '감염병'에 쏠려 있다. 황 회장은 오는 22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기울인 노력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황 회장은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효율적인 감염병 대응을 위한 '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플랫폼'(GEPP)을 제안한 바 있다. GEPP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감염병 정보를 파악해 각국 보건당국 및 개인에게 전달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 자체가 '사회적 문제'와 관련성이 깊다. 회사는 친환경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전기차와 수소차에 '올인'하고 있는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환경 문제와 에너지 수급 불안 문제, 자원 고갈 등 난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친환경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친환경차는 미세먼지 감축의 대안으로도 주목도가 높다.

롯데그룹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mom편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특히 정부가 전면에 나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현대차의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로드맵 내용은 오는 2040년까지 연간 부가가치 43조 원, 신규 일자리 42만 개 창출, 온실가스 2700여 만t 감축 등이다.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정부 목표대로 수소차가 보급되면 연간 3만t, 현재 발생량의 10%에 해당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저출산·육아' 문제에 특히 관심을 쏟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룹 총수의 의지에 따른 행보다. 신동빈 회장은 평소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모범적인 직장 문화 조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신동빈 회장의 의지는 '업계 최초 전 계열사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 도입' '육아휴직자 교육프로그램 개설' 등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환경 개선에 가장 앞장서는 기업으로 꼽힌다.

롯데는 지난 2013년 사회공헌브랜드 'mom편한'을 론칭했다. 엄마의 마음이 편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롯데는 육아환경 개선과 아동들의 행복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첫 사업은 양육 환경이 열악한 전방 지역 군인 가족들에게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mom편한 공동육아나눔터' 제공이었다. 10억 원이 투입된 해당 나눔터는 지난해까지 총 12개소로 늘어났다. 이외에도 롯데는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 극복에 힘을 보태기 위해 'mom편한 놀이터' 'mom편한 예비맘 프로젝트' 'mom편한 힐링타임' 등을 운영하며 아이들의 놀이 공간, 취약계층 산모들의 임신·출산 환경, 사회복지사 엄마들의 육아 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들이 차례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것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정부가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 확대를 요청함에 따라 기업들이 잇달아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화답하고 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 만나 "'일자리 3년간 4만 명'은 꼭 지키겠다"며 일자리 확대 등 국내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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