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벤처의 윈·윈 전략 '오픈 이노베이션' 바람 몰고 온 유한양행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측 상단은 유한양행 이정희 사장의 모습이다. / 더팩트DB

오픈 이노베이션, 유한양행 7건으로 업계 최다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업계 1위 유한양행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사이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본보기로 평가되고 있다. 유한양행이 제약업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쏠쏠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연구개발(R&D)·상업화 과정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해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보유한 지적재산권을 기업 외부와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거나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가운데선 유한양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쳐왔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부터 바이오니아, 제넥신에 각각 1000억 원, 330억 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신약기술을 가진 바이오 벤처에 2000억 원에 이르는 활발한 지분투자를 통해 원천기술 확보와 R&D 파이프라인 확대를 추진해왔다. 또한 2016년 9월에는 미국의 항체 신약 전문기업인 소렌토와 조인트벤처 '이뮨온시아'를 설립해 면역항암제 개발에도 주력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오픈 이노베이션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 결과 유한양행은 이전까지 9개였던 신약 파이프라인을 지난해 9월 기준 26개로 확대했다.

특히, 유한양행은 지난해 11월 얀센에 비소세포 폐암 치료 신약 '레이저티닙'을 기술 수출했다. 계약금은 1조 4000억 원으로, 단일 항암제 기술수출로는 최대 규모이다. 이는 2015년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에서 15억 원에 사들인 파이프라인이다.

또한 지난 7일에는 다국적기업 길리어드에 총 8800억 규모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의 기술수출을 이뤄냈다. 이번 기술수출의 경우 아직 전임상이 이뤄지지 않은 연구의 극히 초기단계에서 기술수출이 이뤄졌다.

최근 들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택하는 제약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픽사베이

◆ 제약사와 중소·바이오 기업의 '윈-윈' 전략으로 협력 가속

유한양행 성과 등에 힘입어 최근 들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택하는 제약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한양행, 대웅제약, 종근당, GC녹십자 등 다른 국내의 전통 제약사들도 중소기업, 바이오 벤처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유한양행(7건) △한미약품(3건) △종근당(2건) △광동제약(1건) △대웅제약(1건) 등 중소·바이오벤처 기업에 투자 중이다.

이렇듯 최근 제약업계가 오픈 이노베이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윈-윈(win-win)'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특정 분야에서 연구개발 역량이 뒤처지는 제약업체와 연구개발 역량은 우수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 능력이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업망을 가진 중소기업, 바이오 벤처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즉, 제약업체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금력과 영업 능력을 제공하고 중소기업, 바이오 벤처는 상대적으로 특정분야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기술개발 역량을 제공해 신약 개발 성공에 가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예전부터 택해왔지만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택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보수적이었던 제약업계에 '오픈 이노에비션' 바람이 분 것은 유한양행의 성과도 한 몫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전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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