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수장들, 새해부터 신사업 광폭 행보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19'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오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현장에서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사업자 부스를 방문해 핵심 기술 및 최신 동향을 살피는 동시에 관계사들과 만나 '협업 성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발걸음은 대부분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미래 먹거리'로 향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CES 2019'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미래 신사업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공식적인 행보는 오는 22일 예정된 다보스포럼부터다. 이후에는 황 회장의 주무대로 꼽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5G와 관련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CES 2019'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 사장과 하 부회장이 현장에서 다양한 '협업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박 사장의 행보가 매우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부스를 가장 먼저 찾은 박 사장은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만나 '디지털 콕핏' 등을 체험한 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을 만났다. 이후 SK텔레콤·싱클레어 간 합작회사 설립 관련 협약식에 참석했고, SK텔레콤·하만·싱클레어 3사 간 '북미 방송망 기반 전장용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디네시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와 크리스토퍼 리플리 싱클레어 방송 그룹 CEO를 만났다. 자율주행 관련 협력을 위해 이현철 디에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와의 만남을 갖기도 했다.
박 사장의 행보는 SK그룹의 미래 사업 전략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5G와 미디어·모빌리티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차원의 움직임이 많았다. 앞서 SK텔레콤은 "이번 'CES' 참가를 계기로 차세대 미디어·모빌리티 분야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 ICT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사장은 'CES' 현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5G는 전 산업 분야, 그중에서도 미디어·모빌리티 분야에 혁신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SK텔레콤은 장벽 없는 협력을 통해 5G와 미디어·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번 'CES'에서 글로벌 커넥티드카 시장 진출, 미국의 방송 솔루션 시장 공략, 그리고 5G 상용화 후 미디어 및 자율주행 서비스 출시 등 여러 신사업 추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 부회장은 'CES' 현장을 부지런하게 돌며 최신 기술 동향 파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LG전자 부스에서 여러 혁신 제품을 살펴본 하 부회장은 인텔 전시장을 방문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샤프 부스를 방문해 증강현실(AR) 스마트 글래스를 체험했다. 보쉬 부스에서는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해 음성으로 조종이 가능한 잔디깎기 로보틱스를 살펴보며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가정 밖으로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하 부회장의 행보는 5G 콘텐츠 발굴을 위한 '현장 학습'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하 부회장은 고동진 사장과 만나 5G 조기 확산을 위한 단말·장비 적기 공급, 기술혁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네이버 부스에서 한성숙 대표와 함께 인도어오토노모스 맵핑로봇을 살펴보고 양사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하 부회장은 자율주행차 시대에서의 이동통신사 역할 찾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혼다 등 완성차 업체 부스를 방문해 자율주행차 사업 추진 현황을 살펴본 하 부회장은 "5G 시대의 자동차는 운전자를 위한 다양한 편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자동차의 기능이 가장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며 "미래 스마트시티의 인카(In-Car) 라이프 스타일, 실시간 AI 분석을 위해 초 저지연 5G 통신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동통신사 수장과 달리 황 회장은 'CES' 현장을 찾지 않았다. 대신 실무자들을 보내 기술 동향 파악과 협력 방안 논의 등을 추진하도록 했다. 자신은 국내 현안에 집중하면서 다보스포럼 참석을 준비하고 있다. 황 회장은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다보스포럼에서 한국 기업인 최초로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에 초청받았다. 최고위급 비즈니스 리더 100여 명으로 구성된 IBC는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 큰 리더들이 교류하는 모임으로 평가받는다. 황 회장은 다보스포럼을 통해 ICT 기술을 활용한 감염병 확산 방지 노력 등과 함께 5G 관련 성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신사업과 관련해 황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가 나타나는 시점은 다음 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회장은 다음 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MWC 2019'에서 5G와 관련해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관계사들과의 5G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은 매년 'CES'보다 'MWC'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참가하는 'CES'보다 모바일·이동통신이 주인공인 'MWC'에 힘을 실었던 것"이라며 "올해도 마찬가지 행보다. 과거 'MWC'에서 5G라는 화두를 던지며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만큼, 황 회장은 올해 'MWC'에서도 5G 주도권을 각인시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