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사장 "소비자에게 편리함 준다면 누구와도 협력 가능"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모바일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손을 잡았다. 최초로 삼성 스마트 TV에 '아이튠즈 무비 & TV쇼'(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를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시장 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 관계'를 뛰어넘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만 놓고 보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을 열어놓는 '개방형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협력해 업계 최초로 스마트 TV에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를 동시 탑재한다고 7일 밝혔다. 이로써 새롭게 출시될 삼성전자 스마트 TV에서는 올해 상반기부터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 기능을 별도 기기 연결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상반기에 출시된 제품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 TV 사용자들은 아이튠즈 비디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아이튠즈 스토어가 보유하고 있는 4K HDR 영화를 포함해 수만 편에 이르는 다채로운 영화·TV 프로그램을 구매해 대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 개인 아이튠즈 라이브러리에 저장된 콘텐츠도 손쉽게 TV와 연동해 시청할 수 있다. 에어플레이2를 통해 다양한 iOS 적용 기기에 저장된 동영상·음악·사진들을 좀 더 편리하게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업계는 이번 삼성전자와 애플의 협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애플이 그동안 다른 업체와 협력을 추진한 일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특허 분쟁으로 오랜 기간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협력이 더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아이폰' 판매 둔화로 위기에 처하자 콘텐츠 부분을 강화하려고 삼성과 손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협력은 삼성전자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관점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OS나 제품에 구애받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방형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이원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이번 애플과의 전략적 협력은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개방형 파트너십'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애플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애플은 최근 스마트폰·PC 등 전통적 디바이스 제조사에서 콘텐츠 사업을 벌이는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아이폰' 판매 부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애플이 서비스 분야에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가 부진하자 최근 2019년 회계연도 1분기(2018년 4분기) 예상 매출을 당초 세웠던 890억~93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로 하향수정했다.
에디 큐 애플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이번 삼성전자와의 협력과 관련해 "전 세계의 삼성 스마트 TV 사용자에게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2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향후에도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개방형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친다는 입장이다.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리아 호텔에서 열린 '삼성 퍼스트 룩'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애플과의 협력은 '윈윈'이다. 애플은 많은 콘텐츠를 갖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다면 구글·아마존 등 어떤 업체와도 협력할 의사가 있다. (콘텐츠 외) 다른 분야에서도 협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