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주식 시황 上] '외풍'에 활력 잃고 '곤두박질'…코스피 17.3%↓

코스피 3000시대를 열 것 같던 올해 국내 증시가 대외불안과 경기둔화라는 겹악재에 하락 전환했다. 올해 증시 폐장일인 28일 코스피는 2040선을 회복하며 한해를 마감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올 한해 유가증권시장 변화가 컸다. 연초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3000시대'가 올 거라는 장밋빛 전망이 내놓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이어 미국발(發) 악재 등 연이은 대내외적인 악재로 연말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코스피 지수는 결국 22개월 만에 2000선마저 붕괴됐다. <더팩트>는 변동이 컸던 올 한해 증권가의 시황을 집중 분석해 보고, 내년 증시에 대해 예측해 본다. <편집자 주>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 최대 낙폭…코스닥도 15.4%↓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분쟁 등 외풍에 크게 시달리며 전형적인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다. 연초 2600선으로 오르면서 '코스피 3000시대' 개막을 꿈꿨던 코스피는 잇따른 대내외적 요인으로 다시 박스권에 갇혔다. 지난 10월에는 이례적인 폭락장까지 경험했다.

올해 증시 폐장일이었던 지난 28일 코스피는 2041.04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말 종가 (2467.49) 대비 무려 17.28% 급락한 수준이다. 코스피가 연말 종가 기준 17% 넘게 하락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0.73%) 이후 10년 만이다. 게다가 2100선을 하회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코스닥 지수도 지난해 종가 대비 122.77포인트(15.4%) 하락한 675.65에 장을 마쳤다.

연초 증시는 순항을 지속했다. 2017년부터 이어진 증시 호황으로 승승장구하던 코스피는 지난 1월 29일 장중 2607.10까지 오르며 2600선을 넘겨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코스닥 지수도 지난 1월 30일 장중 932.01을 기록하며 약 16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하지만 지난 2월 이후 하락 전환한 지수는 하반기 들어 한국경제와 긴밀한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고조되자 더욱 주춤하기 시작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월 29일 1996.05포인트(종가)까지 추락하면서 22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5% 넘게 폭락하며 629.70포인트(종가)로 마감해 1년 2개월 만에 630선을 하회했다. 다음 날 장중 코스피는 1985.95포인트, 코스닥은 617.00포인트까지 하회하기도 했다.

연초 순항하던 증시는 지난 2월 이후 하락 전환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후 지난 10월 29일에는 1996.05포인트(종가)까지 추락하면서 22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한국거래소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미중 무역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 증시가 더 큰 압박을 받은 탓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세계적 유동성 축소 우려도 증시에 부담을 줬다. 이 가운데 <더팩트>와 인터뷰한 대다수의 증권 전문가들은 특히 올해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을 미중 무역분쟁으로 꼽고 있다.

지난 6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중국 1102개 수입제품에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에 반발해 16일(현지시간) 미국과 대등한 규모와 강도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미중 무역분쟁을 본격화했다. 이에 대한 우려로 전 세계 증시가 휘청거리거나 하락세로 전환했으며 국내 증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28일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 중에 하나가 미중 무역분쟁이었다. 날이 갈수록 더욱 격화되는 현상을 보이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한국 같은 경우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여서 이런 무역 환경이 악화되는 게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국내 증시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여러 가지 대내외적 요소 중 미중 무역분쟁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증시를 지속 압박하며 주가 하락을 유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 연준은 올해 들어 3, 6, 9월에 이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추가 금리를 인상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로 올랐고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격차는 0.75%p까지 벌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의 강세가 지속돼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됐고 신흥국 자금 이탈도 증시에 부담이 됐다.

이에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처참하게 확장된 미중 무역분쟁은 물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올해 금리를 전반적으로 빠르게 올려 경기도 예상보다 급격히 악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이 두 가지 요소들로 인해 국내 주가도 많이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수급 악화로 인한 반도체업의 실적 부진이 확실시되면서 반도체주의 주가 하락도 국내 증시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안 연구원 역시 국내 코스피 지수의 하락을 유도한 요인으로 '반도체 경기 고점'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내수를 반도체 수출이 방어하는 형태가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었다. 수출 증가율도 한동안 좋았으나 반도체 가격이 지난 10월부터 빠지고 있다"면서 "1년 반 이상 좋았던 반도체 경기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에 논란이 가세했다"고 덧붙였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경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현 정부의 정책적 요소도 주가 부진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대부분 주식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많이 상장되어 있지만, 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보니 기업들의 이익이 둔탁하게 나오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을 더했다.

ji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