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베스트셀링카 '그랜저', 2019년 기대주는?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도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1년 동안 국내 완성차 업계가 판매한 자동차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베스트셀링 카', 반대로 가장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워스트셀링 카' 명단에는 어떤 모델이 이름을 올렸을까.
◆ 'SUV 전성시대?' 그랜저 "올 한 해 주인공은 나야 나"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분야는 단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크고, 둔탁한 디젤차'라는 꼬리표와 더불어 오프로드에 특화된 '남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SUV는 어느덧 일반 가솔린은 물론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좀처럼 왕좌를 내주지 않을 것 같았던 '세단'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도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싼타페'와 '코나',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의 '쏘렌토' 등 차급을 막론하고 SUV 강세는 뚜렷했다. 그러나 국산차 가운데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현대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다. '그랜저'는 10만2682대를 기록, 9만8559대를 기록한 '싼타페'를 제치고 올해 누적 판매 1위에 올랐다.
매년 12월 판매량의 경우 제조사별로 다음 해 1월 결과를 집계해 발표하는 만큼 이달 실적을 제외한 수치지만, 자동차 시장에서 비수기로 꼽히는 연말, 특정 모델에서 결함이 발견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2018년도 국산차 베스트셀링카 명단에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그랜저'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많이 팔린 차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게 됐다. 특히, '그랜저'의 경우 국산차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하이브리드 세단'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은 1월부터 11월까지 모두 2만2161대가 판매되며 전체 판매량의 21.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올해 판매된 '그랜저' 5대 가운데 1대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한 셈이다. 이는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SUV 모델로 매년 꾸준한 인기를 몰고 있는 기아차의 '니로'(1만7364대, 전기차 제외)와 비교해도 5000여 대 가량 더 높은 수치다.
◆ "단종은 아닌데요…" 현대차 'i40'·쉐보레 '아베오' 연간 500대 판매도 '넘사벽'
잘 팔리는 자동차가 있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는 모델도 있기 마련 일터. '그랜저'가 세운 연간 10만 대, 최근 대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현대차의 '팰리세이드'가 기록한 사전 계약 2만 대와 같은 대기록은 흥행 모델을 가진 현대차의 자부심이자 자랑거리다.
그러나 현대차에도 '아픈 손가락'은 있다. 바로 국내 유일 왜건 보디타입 모델인 'i40'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i40'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모두 196대가 팔렸다. 이는 지난 1월 재고 물량 20대를 소진한 '아슬란'을 제외하고 현대차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단 한 번도 국내 시장에서 흥행 역사를 써 본 적 없는 왜건형 모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월평균 20대에도 못 미치는 판매실적은 현대차로써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대차는 판매량 개선을 위해 지난 6월 메쉬 타입의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신규 디자인의 18인치 알로이 휠을 적용하는 등 외관 디자인 및 상품성을 개선한 2018년형 모델을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지엠 쉐보레 역시 1년 동안 500대에도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한 모델이 있다. '아베오'가 그 주인공이다. 아베오는 지난 11월까지 올 한 해 동안 모두 343대가 판매됐다. 물론 '아베오' 밑으로 연간 178대를 기록한 쉐보레의 고성능 스포츠카 '카마로'가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대중적인 모델을 표방한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종 1순위'로 거론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 "2019년은 내가 주인공!" 역대급 '초반 돌풍'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최근 출시된 국산차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모델은 현대차가 지난 2015년 '베라크루즈' 단종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다.
'팰리세이드'는 이미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진행된 사전계약에서 2만506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하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업계에서는 '팰리세이드'가 현대차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링 SUV '싼타페'는 물론 최고 흥행 성적을 거둔 '그랜저'의 자리까지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전장 4980mm, 전폭 1975mm, 전고와 축간거리(휠베이스)는 각각 1750mm, 2900mm로 국산차 가운데 가장 큰 몸집을 갖췄음에도 디젤 2.2 모델 최고급 사양의 경우 몸값이 4177만 원(2WD 7인승, 개소세 3.5% 반영기준)으로 '싼타페' 최상위 트림보다 더 싸게 책정하는 등 현대차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내놓은 것 역시 장밋빛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종 편의사양과 가격 경쟁력을 고려하더라도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작심하고 내놓은 전략형 모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물론 아직 시장에서 내구성 등을 확실하게 검증받지 못한 '신차'이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초반 기세를 꾸준하게 유지하면서 경쟁 SUV 수요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다면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