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싼 중국으로 공장 이전, '개인사업자 신분' 제화공들 생계 위기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구두 브랜드 ‘미소페’를 운영하는 비경통상이 26일 기습적으로 국내 공장을 폐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장 폐업으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25명의 제화노동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폐업을 규탄하며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27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와 업계에 따르면 비경통상이 여성화를 만드는 미소페1공장(슈메이저)을 26일 돌연 폐업하면서 10년 이상 일한 숙련된 제화노동자 25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비경통상은 국내 여성화공장을 닫고 중국에서 새 공장을 가동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지난 5월 구두 브랜드 탠디의 제화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알려지면서 공임 인상이 제화업계 전반으로 확산하자 부담을 느낀 비경통상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측은 서울 성동구 비경통상 본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월급제가 아닌 만드는 개수당 임금을 받는 개수임금제를 택하는 ‘제화공’들은 ‘일감’이라는 약점 때문에 사측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제화공들을 올해 매출 1050억 원, 작년대비 7% 매출 성장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는 미소페가 직접고용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측에 따르면 미소페1공장 이외에도 미소페 남성화공장(엘제이에스), 미소페6공장(LK), 7공장(원준) 등도 제화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중국과 비슷한 인건비를 맞추지 않으면 일감을 모두 중국으로 보내겠다는 압력을 넣으며 공임을 자진 삭감하도록 유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소페 6공장(LK) 제화노동자들도 터무니 없이 낮은 공임 등 열악한 처우에 놓여 있다. 사측이 현재 6800원인 공임비보다 500원 적은 6300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소페7공장(원준)에서는 검수과정에서 불량품이 나오자 제화공 1인당 50만원씩 총 6명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임금에서 삭감하는 등 한 켤레에 최대 30만 원대인 구두 한 짝에 벌금으로 50만 원~100만 원을 내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경통상이 제화노동자들에 대한 별다른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공장을 닫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비경통상의 공장 기습 폐업으로 제화노동자 25명은 당장 생계가 위험한 상황이다.
제화노동자들은 국내 제화업계의 기형적인 하도급 구조 속에서 유명 구두 브랜드 업체의 실질적인 지휘와 관리감독을 받지만, 직접 고용된 관계는 아니다. 이들은 소사장제에 묶여 있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퇴직금과 4대보험 등을 기대할 수 없다.
2000년 이후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바뀌면서 고용 불안정, 차별적 근로조건, 노동 3권의 제약 등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신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측은 제화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협약 체결, 직고용 등을 촉구해왔다.
<더팩트>는 공장 폐업 사태와 관련 비경통상 측 입장을 듣고자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비경통상은 1998년 설립된 제화업체로 엄태균 대표이사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비경통상은 백화점 슈즈 브랜드 '미소페'와 자회사 이엔와이콜렉션을 통해 아울렛 슈즈 브랜드 '프리페'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771억 원, 영업이익 81억 원, 당기순이익 29억 원을 올렸다.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신상품 판매 호조와 편집숍 '솔트앤초콜릿'의 이익 성장으로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