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인 고객에 무방비 vs 정당한 소비자 권리 침해 우려
[더팩트 | 김서원 인턴기자] "이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다는 말만 들어도 두렵습니다." 한 중소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중소 디저트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일하는 그는 지난달 말 자사 가맹점에서 판매하는 케이크에서 고무줄이 나왔다는 불만을 접수하게 됐다. 이 관계자는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 당시, 처음부터 회사 측에 무리하게 금전을 요구했다"며 "(회사 측이) 고무줄이 나온 제품 사진을 요청했으나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도 않았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문제가 된 이물질은 제품 제조·유통·보관 단계에서 들어갈 수 없는 것으로 식약처 조사로 판명됐다. 하지만 업체가 진상규명을 하기도 전에 '고무줄 케이크'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 버렸다.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드러났지만, 중소 식품업체 입장에서 이물질 혼입 논란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 업체는 앞서 지난 8월에도 '애벌레 케이크' 의혹에 휩싸였으나 식약처 조사 결과 애벌레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해당 매장이 입점해 있던 대형 백화점 측이 관련 케이크 판매를 중단시키며 회사 매출이 상당한 타격을 받은 전례가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중소 식품회사는 블랙컨슈머로 인해 한번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되면 그 영향이 상당하다"며 "인터넷에 올라온 근거 없는 주장이 담긴 '고무줄 케이크' 의혹 글은 회사 측 요청으로 삭제됐고, 작성자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죄로 법적 대응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신뢰가 생명인 식품업체의 경우 일단 이물질 혼입 논란으로 여론이 집중되면 나중에 문제가 없다고 밝혀져도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전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손님이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것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근거 없는 주장이 무차별적으로 삽시간에 퍼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이 잇따르고 있다. 롯데제과·남양유업 등 대기업도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며 이물질 혼입 관련 구설수를 피하지 못했다.
문제는 정당한 불만을 제기한 '선량한' 소비자가 원인을 찾지 못하면 '진상' 블랙컨슈머로 오인돼 소비자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40대 주부는 "식품 이물질 혼입 논란을 제기하면 제조사는 제조·유통·판매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고 해명한다"며 "제조사가 잘못이 없다고 오리발 내밀면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하고도 블랙컨슈머로 몰릴 수 있는 억울한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물질이 나왔다는 불만을 접수하게 되면 우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원칙"이라며 "회사 잘못이 아닌 블랙컨슈머의 주장일 경우, 업체가 어디까지 블랙컨슈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어 "그래서 업체 입장에선 무리한 컴플레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등 블랙컨슈머 대응 매뉴얼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선량한 소비자를 무턱대고 블랙컨슈머로 몰고 간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