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핵심 인력 나란히 승진 및 전문경영인 체제 확산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연말 인사 시즌이 되자 제약업계에도 활발한 인사 단행이 진행됐다. 일부 제약사에서는 연구 핵심인력이 복귀 및 승진했다면 창립 첫 전문경영인 투톱 체제를 시도한 제약사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내년 1월 1일부터 새 업무에 착수한다. 제약사들이 단행한 인사로 살펴본 내년도 경영 방향성은 '전문성 강화'인 것으로 해석된다.
◆ 연구 분야 출신의 잇따른 승진…'연구개발' 박차
먼저 '연구 핵심 인력'을 임원으로 승진시킨 인사가 눈에 띈다.
한미약품은 지난 17일 이관순 상근고문(58)을 부회장으로 임명했다.
이관순 부회장은 1984년 한미약품 입사한 후 34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연구소장을 거쳐 2000년부터 2017년 3월까지 7년 동안 대표이사로 지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지 1년9개월 만에 회사의 요직에 다시 올랐다. 한미약품에서 부회장 직책이 부활한 것은 2012년 민경윤 전 부회장이 그만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이관순 부회장의 복귀는 대표 재직 시절 기술수출 계약을 따내며 '글로벌 한미'를 만든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파트너사와의 협력,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기술수출한 신약 과제의 효과적인 개발 전략과 새로운 기술수출 계약 등 핵심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 상당수는 개발 단계에 진입했고 일부는 신약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GC녹십자도 유현아 종합연구소장의 승진이 눈에 띈다. GC녹십자는 지난 3일 종합연구소장에 유현아(44, 상무) R&D기획팀장을 앉혔다.
유 소장의 승진의 배경을 두고도 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간 GC녹십자 내부에서 전반적인 R&D 기획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만큼 책임을 더욱 부여하겠다는 전략이 아니겠냐는 것이 업계의 주요 관측이다.
이처럼 제약업계에서 연구 분야 출신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상위 제약사들의 글로벌 임상이 그만큼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투톱 전문경영인 체제…'전문성' 강화
보령제약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대표체제로 돌입했다. 지난 3일 오너 2세인 김은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신임 대표이사로 안재현 보령제약 경영 부문대표(58, 부사장)이 선임됐다.
기존 김은선·최태홍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은선 대표의 자리에 안재현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서 보령제약은 전문경영인 대표 2명이 이끌게 됐다.
안 대표는 숭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일모직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2012년 보령제약에 입사, 전략기획실장과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보령제약의 경영을 책임질 그는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자리 잡은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SK케미칼도 투톱 체제를 갖췄다. SK케미칼은 전광현 사장(54)과 안재용 대표(51)가 각각 제약과 백신을 맡는다. 전광현 사장은 이달 10일자로 SK케미칼 제약바이오 부문 사업인 라이프사이언스 비즈 사장에 선임됐다.
SK케미칼 의약품 사업 중 신약 개발 등을 포함한 제약은 전광현 사장, 백신은 안재용 대표로 이원화된 셈이다. SK케미칼은 현재 제약 사업은 SK케미칼이, 백신 사업은 SK케미칼의 백신 개발 전문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맡고 있다.
SK케미칼은 분할 전 의약품 사업만 볼때 라이프 사이언스 비즈 내 제약과 백신(Vax) 사업 부문으로 구성됐다. 지난 7월 백신 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해당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100%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설립됐고, 라이프 사이언스 비즈 부문은 제약 사업 부문만 남게 됐다. 당시 안재용 SK케미칼 백신사업부문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로 임명됐다.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의약품 사업 전문가와 백신 전문가를 중심으로 사업 전문성 강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의약품 영업·마케팅 경력을 쌓아오며 SK케미칼의 제약 사업 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전광현 신임 사장은 현재 미등기임원으로,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