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 '무형자산 자산화 처리' 강화…'업계 위축' 우려도

제약바이오업계의 회계처리 이슈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픽사베이

메디포스트·파바이오텍 등 강화된 회계처리 기준으로 사업보고서 정정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의 '무형자산' 회계처리가 강화된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연구개발비 외에도 영업권 등 핵심 '무형자산'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내린다고 예고했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 및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부터 바이오·제약사 연구·개발(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테마감리에 착수함에 따라 기업들이 사업보고서를 정정하고 있다. 메디포스트, 차바이오텍, 일양약품 등 제약·바이오 기업이 전년도 사업보고서를 정정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메디포스트는 지난 8월 24일 연구개발비와 관련한 실적 공시를 정정했다. 메디포스트는 2017년 무형자산 규모를 492억원에서 81억원으로 정정했다. 임상3상 이후에 발생한 지출 중 정부승인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만을 무형자산으로 인식, 그 전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경상연구개발비로 보았다.

차바이오텍도 8월 17일 2년간 무형자산으로 산정했던 연구개발비를 판매비와 관리비로 처리해 정정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54억원으로 산정한 무형자산은 5억원, 2016년 144억원의 무형자산은 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금융당국은 당장의 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문제 이외에도 제약·바이오업계의 회계 오류 발생 여부를 계속 주시한다는 입장이다. 개발을 마친 약품 등이 과연 어느 정도 공정가치와 사용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계량화된 기준'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 10일 내년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재무제표 심사제도에 기존 테마감리 방식을 준용해 2019년 재무제표 중점 점검 분야를 사전 예고했다. /더팩트 DB

이와 관련 금감원은 지난 10일 '무형자산 인식·평가의 적정성'을 내년 재무제표 심사 시 중점 점검할 4대 회계 이슈 중 하나로 제시했다.

무형자산을 회계 처리할 때 과도하게 평가하거나 손실이 날 경우 인식되지 않도록 처리하는 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겠다는 뜻이다. 이는 그동안 제약·바이오업종을 중심으로 기술 실현 가능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개발 비용을 자산으로 인식해 기업 가치에 고평가가 이뤄졌던 관행을 줄이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이 예고한 '2019년 재무제표 중점 점검 분야'에 포함된 회계 4대 이슈는 △신수익기준서 적용의 적정성 △신금융상품기준 공정가치 측정의 적정성 △비시장성 자산평가의 적정성 △무형자산 인식·평가의 적정성 등이다.

금감원은 무형자산 증감현황, 자산·매출액 등 대비 무형자산 비중 및 동종업종 평균과의 비교 등을 종합해 집중 점검 대상 회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약·바이오업계의 앞길을 막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강화된 회계처리 기준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R&D 비용의 자산화 단계는 신약의 경우 임상 3상을 승인받았을 때야 가능하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임상 3상까지 진입하는 기업은 극히 소수이다.

강화된 회계처리 기준에 따르면 상장을 시도하려는 제약·바이오 업체는 R&D 투자금을 모두 비용으로 처리해야만 한다. 즉, 회계 건전성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신약 개발 진입 회사들은 막대한 R&D 비용을 투입해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화된 회계 기준에 맞춰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며 "회계 건전성 강화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임에는 공감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기조가 제약ㆍ바이오업계의 위축으로 이어질까봐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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