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성(性)벽 무너뜨린 '뉴 롯데' 혁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뉴롯데를 선포하며 약속했던 여성 인재 육성을 실천하고 있다. 신 회장은 2019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여성 신규 임원 6명을 더 늘렸다. 이로써 롯데그룹 내 여성 임원은 총 36명이 됐다. /더팩트 DB

"여성 리더 육성하겠다" '뉴롯데' 약속 지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이 확 젊어졌다. 신 회장은 경영 복귀 후 단행한 첫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을 1960년대생 인물로 교체했다. 이는 차세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해 '뉴롯데'의 핵심 과제인 '글로벌 성장'을 이루겠다는 혁신 방안이다. 신 회장의 2019년 정기 임원인사 핵심 키워드는 미래를 향한 '세대교체'다.

세대교체뿐만 아니라 이번 임원인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또 있다. 바로 '여성 리더'의 약진이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주력 계열사에 여성 임원을 다수 배치했다. 성(性)벽을 무너뜨린 이번 신 회장의 인사 행보를 놓고 그동안 롯데그룹이 중시했던 다양성 중심의 경영철학이 이어졌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향후 능력에 따라 여성 임원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롯데그룹, 여성 임원 36명 포진…"계속 늘려나갈 것"

22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1일 계열사별 정기 임원인사를 마무리했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최고위 경영진인 4명의 BU장 중 절반을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갑 호텔롯데 대표·문영표 롯데마트 대표·김태환 롯데칠성음료 주류BG 대표·이훈기 롯데렌탈 대표·고정욱 롯데캐피탈 대표 등 1960년대생 젊은 인물들을 신임 수장으로 전진 배치했다. '젊은 롯데'를 위한 전열을 재정비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여성 리더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확연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여성 신규 임원이 6명 더 배출돼 롯데그룹의 여성 임원 수는 36명이 됐다. 여성 임원이 처음 배출된 지난 2012년(3명)과 비교하면 6년 만에 11배나 늘어난 셈이다. 승진자를 포함하면 10명의 여성 직원이 향후 롯데그룹의 '리더' 역할을 맡게 됐다.

유통 부문에서는 김혜영 롯데쇼핑 e커머스 인공지능(AI)연구소장이 상무보A에서 상무로 1년 만에 발탁 승진됐다. 롯데제과 트렌드 분석시스템 '엘시아'와 롯데백화점 쇼핑도우미 '엘봇' 등 AI 도입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 상무는 신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끄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롯데그룹은 설명했다.

김 상무는 보이스커머스와 로보틱스 등 기술을 롯데의 다양한 사업에 접목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또 AI와 더불어 빅데이터 사업도 총괄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영 환경이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더욱 적극적인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 상무 외에도 김영희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장과 서현선 롯데마트 고객소통혁신부문장이 상무보A로 각각 한 단계씩 승진했다. 김혜라 롯데백화점 해외패션부문장과 이미선 롯데컬처웍스 공간기획팀장은 여성 신규 임원으로 추가됐다. 식품·화학·서비스·금융 부문에서는 윤정희 마케팅지원팀장과 배현미 호텔롯데 브랜드표준화팀장, 조기영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산업전략연구담당, 배선진 정보통신 PMO담당 수석이 신임 임원이 됐다. 기존 임원 중에서는 진달래 롯데칠성음료 품질안전센터장이 상무보A로 승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여성 임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 여성 직원들이 불편 없이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왼쪽)과 여성 직원들이 지난 14일 여성 리더십 포럼인 와우 포럼에 참석해 기념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롯데그룹 제공

◆ 여성 리더 성장 기대하는 기업들

신 회장은 다양한 사고를 가진 인재들이 존중받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점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이에 롯데는 2013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다양성 헌장'을 명문화해 선포하기도 했다. 특히 여성 임원 확대는 신 회장이 '뉴롯데'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겠다며 제시한 약속 중 하나다.

롯데는 ▲전 계열사 유연근무제를 도입 ▲여성 인재 채용 비율 40% 달성 ▲2020년까지 여성 간부 비중 30% 확대 등 다양한 여성 친화 정책을 수립했다. 기존 1년이던 여성 지원들의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육아휴직 후 복직을 돕기 위한 웹기반 학습 시스템 '토크 토크 맘'을 운영해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여성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와우 포럼'을 마련해 여성 인재들을 격려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 전 직원 중 여성 인재는 30% 수준이다. 특히 2015년 5%에 불과하던 여성 신입사원 채용 비율이 매년 늘어 40%를 넘어섰다. 롯데는 여성 인재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 개선 등 향후에도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통상 기업 인사에는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했다. 하지만 롯데뿐만 아니라 최근 대기업들은 여성 인력을 적극 등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삼성의 경우 삼성SDS에서 첫 여성 부사장이 탄생했고, 삼성전기에서 최초 여성 임원이 등장해 재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LG그룹의 여성 임원은 최근 4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2014년 14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내부 발탁과 외부 영업을 포함해 신임 여성 임원 7명을 선발하면서 29명까지 늘어났다. 새롭게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각 계열사에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의 여성 임원 진출이 확대되는 이유는 성과주의 경영철학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들은 '성과가 있다면 차별 없이 보상한다'는 성과 위주 인사 기조를 가져가고 있는 중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업들이 '미래 인재풀'을 확대하는 추세에서 '여성 인재'의 등용 또한 확대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며 "기업들은 미래 성장을 위해 인재풀을 최대한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인재들이 적극 등용되고, 여성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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