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M16 '첫 삽' 뜬 최태원 SK 회장, 6년 전과 똑 닮은 '결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통 큰 투자를 잇달아 단행하는 등 미래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팩트 DB

최태원 SK 회장, 하이닉스 성공신화 '2막' 새로 쓰기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을 향해 "새로운 성장 신화를 써달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0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SK그룹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SK하이닉스의 새로운 반도체 생산 라인 확보를 공언하는 자리에서 최 회장은 다시 한번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려놓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지난 19일 최 회장은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새 반도체 생산 라인 'M16'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박성욱 SK그룹 ICT위원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 그룹 수뇌부가 총집결했다.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참석해 대규모 신규 투자 프로젝트의 출발을 함께 했다.

SK하이닉스의 '통 큰' 투자에 관심이 쏠리는 데는 SK그룹에서 차지하는 회사의 큰 비중이 한 몫을 차지한다. SK그룹 상장 계열사(지주회사 제외) 전체 매출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 35.3%, 영업이익은 81.7%에 달한다. 그룹 계열사 전체 시가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40%를 웃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새 반도체 생산 라인 M16 기공식에 참석,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성장 신화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SK하이닉스 제공

때문에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반도체 시장 안팎에서 "업황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일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성과에 의문부호를 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정반대의 평가도 나온다. 이번 M16 건립은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M14 생산 라인 준공식에서 내놨던 46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M14와 지난 10월 공사를 마무리한 M15, 첫 삽을 뜬 M16까지 이들 3개 생산공장에 투자하는 비용을 더하면 이미 46조 원을 넘어선다.

자동차와 전자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등 미래 신기술 개발이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는 앞으로 늘어날 메모리 수요를 고려한 전략적, 선제 대응이라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에서도 이번 M16 착공과 관련해 "지속 성장하는 메모리 수요 등 미래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세계 최초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 규격을 적용한 DDR5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인수 당시 보여준 최 회장의 리더십 역시 이 같은 평가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 같은 최 회장의 '뚝심' 투자는 6년 전 SK하이닉스를 인수했을 때와 똑 닮아있다. 지난 2012년 2월 최 회장이 SK텔레콤의 지분매입(21.1%)으로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사들였을 때만 하더라도 업계는 물론 그룹 내부에서도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당시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반에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고려, 투자를 축소하는 기조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가 'SK' 간판을 단지 6년 만에 회사 매출 규모는 1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SK그룹 ICT 계열사 수출 규모 역시 같은 기간 9조 원에서 30조 원 규모로 큰 폭의 성장률을 보였다.

최 회장도 M16 기공식에서 "SK하이닉스는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지키며 성공을 이룬 성장스토리를 써 왔다"며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성장 신화'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M16 착공은 최 회장이 그리는 '뉴 SK', 최우선 경영 실천 과제로 제시한 '사회적 가치 창출'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올해를 새로운 SK그룹의 원년으로 삼으며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 시대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도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달 2세대 10나노급(1y) 미세공정을 적용한 8기가비트 DDR4 D램을 내놓은 데 이어 세계 최초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규격을 적용한 16기가비트 DDR5 개발 등 첨단 하드웨어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것 역시 최 회장이강조하는 근본적인 변화의 일환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미래 투자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효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중과 맥을 같이 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가진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 당시 핵심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3년 동안 80조 원을 신규 투자해 2만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 회장은 지난 3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가진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 당시 '딥 체인지' 경영 철학에 관해 언급하면서 대규모 신규투자와 고용 창출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도체와 소재, 에너지, 차세대 ICT, 미래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5대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3년 동안 80조 원을 신규 투자해 2만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최 회장의 복안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신규투자로 30만 명 이상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급변하는 미래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끊임없는 변화 노력'은 최태원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실천 과제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략적 투자 역시 이 같은 경영 마인드와 무관하지 않다"며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사회 경제에 보탬이 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가기 위한 SK의 노력은 지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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