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안정'아닌 '쇄신' 선택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원톱 체제' 구축

현대차그룹이 12일 단행한 2019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사진) 중심의 인사결정 체계가 완성되면서 사실상 새 리더 시대의 개막을 공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제공

'화룡에 점 찍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변화와 혁신 정점에 서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원톱 체제'가 구축됐다.

12일 현대차그룹이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핵심 인사들이 대거 2선으로 물러나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중심의 인사결정 체계가 완성되면서 사실상 '새 리더' 시대의 개막을 공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12월 12일 <[재계 정기 인사] 현대차그룹,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승진···대대적 '인적 쇄신'> 기사 내용 참조)

이날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단연 실력을 갖춘 외국인 전문가의 전면배치와 세대교체다. 특히, 핵심 계열사 및 사업부 수뇌부의 나이대를 젊게 바꾸는 단순한 형태의 세대교체를 넘어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생존전략으로 제시한 미래차 기술 개발 부분의 실력자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혁신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했다. 연구개발본부는 수소전기차 개발과 자율주행기술 등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모빌리티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외국인 임원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실력 위주의 글로벌 핵심 인재 중용을 통해 미래 핵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이번 인사에서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된 알버트 비어만 사장(사진)은 현대차그룹 합류 이후 신차의 성능 개선은 물론 고성능차 브랜드 N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지난 2015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신차의 성능 개선은 물론 고성능차 브랜드 'N'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을 주도, 연구개발본부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선도함으로써 정 수석부회장이 강조해온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과 같은 기업 문화를 정착한 것 역시 인사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임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은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 등 혁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새로운 연구개발 조직문화 정착을 이끌 것이다"며 "더욱이 미국과 유럽, 인도, 중국 등 글로벌 현지 R&D 조직들과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촉진해 연구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인재 영입에 보수적이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현대차그룹의 변화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론칭을 진두지휘했을 때부터 본격화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그룹 디자인경영담당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영입한 이후 벤틀리 전 수석 디자이너 출신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 임원 출신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등 글로벌 실력자들의 영입에 속도를 높였다.

'검증된 실력자'를 전면에 내세운 정 수석 부회장의 인사 기조는 올해에도 고스란히 이어져 지난 10월 29일 단행된 인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상품전략본부장에 고성능사업부장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디자인 최고 책임자(CDO)에 현(現) 현대디자인센터장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낙점했다.

새로 임명된 주요 계열사 사장단 대부분이 50대로 포진된 것 역시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공영운 현대기아차 사장, 서보신 현대기아차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문대흥 현대오트론 사장, 여수동 현대파워택·현대아이모스 사장, 방창섭 현대케피코 부사장, 이건용 현대로템 부사장, 황유노 현대케피탈 사장, 지영조 현대기아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사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현대차그룹 제공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정 수석부회장이 강조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앞서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며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공언한 바 있다.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 역시 외부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미래 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지 사장이 수장을 맡은 전략기술본부는 산하에 인공지능(AI)을 전담하는 별도 조직 'AIR Lab'을 두고 있는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의 중추를 맡고 있다.

50대 인사들이 대거 사장단 명단에 포함된 것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신임 현대로템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건용 부사장을 비롯해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 합병 법인의 여수동 사장, 신임 현대오트론 문대흥 사장, 현대케피코의 방창섭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등 새로 임명된 주요 계열사 사장단 대부분이 50대로 구성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다수 대기업에서 연말 정기 인사를 발표했지만, 현대차그룹이 보여준 만큼의 '인적 쇄신'은 나오지 않았다"며 "특히, 이번 인사로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 체계가 정 수석부회장 중심으로 재편이 완성된 만큼 그가 공을 들이고 있는 친환경차, AI,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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