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이달 중 이호진 전 회장 보석 취소 여부 결정
[더팩트ㅣ서울고등법원=장병문 기자] 병보석 기간에 거주지 제한 위반 및 허위진단서 의혹이 제기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법정에서 보석은 특혜가 아닌 정당한 법 집행 결과라고 주장하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는 12일 오전 11시 20분 이호진 전 회장의 재파기환송심 1회 공판 기일을 열었다.
간암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회장은 이날 휠체어 없이 직접 걸어서 재판장에 들어섰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까지 변호인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공판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역력해 보였다.
공판이 시작되자 이호진 전 회장은 거주지와 주민등록번호를 묻는 질문에 또박또박 답했고, 직업을 묻는 말에는 "무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 2012년 2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날 검찰과 이호진 전 회장의 변호인단은 이 전 회장의 보석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먼저 검찰은 이호진 전 회장의 보석 취소 소명 자료를 제출하면서 "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된 상태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호진 전 회장이 간암 3기로 치료 받는 것에 대해서 "현재 전국구치소와 교도소의 암환자는 288명이다. 이 가운데 간암 환자 63명 중 16명이 간암 3기 이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수감 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도망과 증거인멸은) 지나친 우려"라면서 "(보석을) 특혜라고 하는데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어 "6년 6개월 동안 집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다. 현재 간의 상태는 회복됐지만 다른 부분은 의사의 진료와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변호인은 이호진 전 회장의 '특혜보석'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배후 세력이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앞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 전 회장의 특혜 보석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해 "채 의원과 태광그룹은 악연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배후 세력이 있다고 하는데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호진 전 회장의 보석 취소 여부를 이달 중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 들어설 때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았던 이호진 전 회장은 공판이 끝나고 나서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사회에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호진 전 회장은 취재진이 "병보석 중에 술과 떡볶이를 드신 모습이 포착됐다"고 말하자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취재진이 이 전 회장을 둘러싸고 질문을 쏟아냈지만 그는 입장 표명없이 법원을 떠났다.
최근 이호진 전 회장은 흡연과 음주를 하고 거주지와 병원이 아닌 장소에 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보석 조건 위반 의혹을 받았다.
한편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4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63일 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1심은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20억 원을 선고했고 2심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뒤집으면서도 형량은 유지했다. 다만 벌금은 10억 원으로 줄었다.
이후 대법원은 이호진 전 회장의 횡령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고, 환송 후 항소심은 약 200억 원을 섬유제품 판매대금 횡령액으로 인정해 징역 3년 6개월에 벌금 6억 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조세포탈 혐의를 분리해 선고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